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남한풍’은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5일 통계청이 최근 작성한 ‘2009년 북한 주요통계지표’의 경제사회상 부문에 실린 열린북한통신에 따르면 평양시를 비롯한 북한 주요 도시와 국경 지역의 젊은이들 사이에 MP3플레이어나 노트북을 이용해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유행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남한의 드라마, 영화, 대중가요의 확산 소식이 외신이나 일부 북한 전문가들에 의해 꾸준히 알려져 왔지만 이처럼 정부 공식 자료로 계량화 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북한내 한류열풍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배용준 출연작 ‘겨울연가’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화제를 몰며 아시아를 아우르는 한류 코드임을 입증했다.
송승헌 주연의 ‘가을동화’, 이병헌이 출연한 ‘올인’, 권상우·최지우의 ‘천국의 계단’, 장동건이 주연한 영화 ‘친구’ 등도 가장 선호하는 작품으로 1세대 한류스타의 인기는 북한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겨울연가’ 물론 ‘친구’도 인기
이 외에 영화 ‘장군의 아들’ ‘투캅스’ ‘조폭마누라’,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줄리엣의 남자’ ‘야인시대’ 등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화제작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가요로는 주현미의 ‘신사동 그사람’ ‘또 만났네’ ‘비 내리는 영동교’, 송대관의 ‘해뜰날’ ‘네박자’, 김연자의 ‘홀로 아리랑’ 등을 좋아하고, 20대 젊은층에는 발라드가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 남한 콘텐츠는 주로 중국산 전자제품을 통해 유통된다. 중국산 MP3나 노트북, 콘텐츠가 저장된 메모리칩을 함께 구입하는 방식이다. MP3플레이어의 가격은 1GB 메모리가 들어 있는 상태에서 북한 돈 6만원(약 1만9000원), 영화 2∼3편이 들어 있는 메모리칩의 가격은 원본이 1개당 북한 돈 1만원(약 3200원), 복사본은 5000원(약 1600원), 대여비는 2000원(약 640원) 정도다.
통계에 따르면 대도시와 국경 인접 지역, 상류층과 젊은층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의 중·소 도시와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 대중문화 전문가 이영미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위원은 “잘 사는 나라의 문화를 동경하는 것은 과거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가졌던 것과 마찬가지”라며 “아시아 전역에 넓게 퍼진 한류가 북한에도 예외일 수 없으며, 점차 그 속도도 실시간에 가깝게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