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외국인선수에게 한국야구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선전 등의 성적을 기록한 한국야구의 저력을 어디에서 찾을까?
“(한국야구는)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터프하다. 야구에 몰입하는 자세가 뛰어나다.”
2009년부터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한 일본인투수 가도쿠라 켄(37)은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야구가 강해진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2년간 SK에서 뛰면서 한국선수들의 강인함을 피부로 느꼈다는 것이다.
SK에서의 연습은 힘들었다. 일본에서는 매년 2월 1일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지만 2010년 SK는 1월 7일부터 시작했다. 아침 9시부터 12시간 볼을 다뤘던 날도 있었다.
정규시즌 개막후에도 매일처럼 오전부터 연습했다. “언제나 밤이 되면 너무 지쳐, 외출해서 식사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동수단은 대부분 버스였다. 야간경기가 끝난 직후 출발해 이른 아침에야 원정지에 도착해, 그날 밤 경기하는 일도 특별하지 않았다. 가도쿠라는 “일본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환경. 헝그리 정신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가도쿠라는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던 2007년부터 2년동안 단 1승만을 거뒀지만, 한국에서 부활했다. SK에서의 첫해인 2009년 8승4패에 이어, 2010년에는 개막 7연승을 포함해 14승7패는 물론, 2년만의 한국시리즈 제패에도 공헌했다.
“리그 수준은 일본과 다르지 않다” 가도쿠라는 한국프로야구 수준을 일본과 동일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예전의 한국야구는 파워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가토 하지메(SK 투수코치·전 요미우리) 등 일본인 지도자가 늘어나면서, 섬세한 야구가 침투해왔다고 진단했다. 일본스타일의 데이터 야구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호성적을 남기면 병역이 면제되는 대표팀에 들어가려고, 한국의 선수들은 매일 필사적이다.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좋은 선수가 많다.”
가도쿠라는 경기방식도 한국야구를 강하게 만드는 또다른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은 일본처럼 연장 12회라는 제한규정이 있지만, 무승부를 패전으로 기록하기 때문에 승리에 대한 집념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가도쿠라는 “앞으로 한국야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3년 후의)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또다시 일본의 강적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한국야구의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가도쿠라는 일본 사이타마현 세이보가쿠엔고와 도호쿠후쿠시대를 졸업한 뒤 1996년 드래프트 2순위로 주니치에 입단했다. 이후 긴테쓰, 요코하마, 요미우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으며, 일본 통산 76승82패 10세이브를 기록했다. 2005년 일본프로야구 사상 4번째로 12구단 상대로 승리한 투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