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살벌’한 수요일 밤이었다.
5일 동시에 신호탄을 쏜 SBS 새 수목극 ‘싸인’과 MBC ‘마이 프린세스가’ 불꽃 접전을 예고했다. 첫 회에서 각각 16.1%, 15.9%로 시청률 타이를 이뤘다.
‘싸인’은 시작부터 강렬했다. 인기 아이돌 가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포문을 열어 1998년 듀스의 김성재의 의문사를 오버랩시켰다. 이어지는 한 시간 동안의 내러티브는 실감 났다.
엘리트 법의학자 윤지훈을 연기한 박신양과 법의학계 1인자 이명한 역의 전광렬은 팽팽하게 맞서며 관록의 존재감을 뽑아냈다.
극적인 장면에 음향을 소거하고 두 가지 사건을 교차 편집해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많은 등장인물이 빠르게 움직여 자칫 산만할 수 있었음에도 긴박감 있는 전개로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2회에 대한 기대감은 자연히 상승했다.
‘싸인’이 관록의 서스펜스를 첫 카드로 내세웠다면 ‘마이 프린세스’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맛보기로 선보였다.
송승헌과 김태희의 앙상블보다 우선 첫 회에선 극의 중심이 될 김태희의 캐릭터가 발랄하게 그려졌다. 극 중 짠돌이 푼수 여대생 이설 역을 맡은 김태희는 다양한 표정연기와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안정적인 출발을 했다. 한 시간 동안 공주마마와 왈가닥 아가씨 등 여러 벌의 옷과 캐릭터, 감정들을 오가면서도 자연스럽게 장면을 이어 갔다.
정형화된 인물 묘사와 건조한 감정 연기로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야 했던 전작에 비한다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방송 후 드라마 게시판에는 “김태희의 재발견” “이제야 맞는 옷 입은 느낌” 등 격려와 응원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소재·장르·분위기가 전혀 다른 두 작품인 만큼 남·녀 시청자 사이의 채널권 다툼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