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의 자동차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독일인들은 몇 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을까? 답은 100대. 독일인들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120대를 주차할 수 있다. 차가 작은 데다, 좁을 공간을 철저히 활용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 중국인들은? 정답은 2대다. 입구에 한대, 출구에 한 대.
요즘 미국인들이 중국을 풍자할 때 즐겨 쓰는 유머라고 한다. 이 유머가 의미심장해 보이는 이유는 미국이 중국을 독일·일본과 비교했다는 점이다. 이제 그들에게 중국은 독일·일본만큼이나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됐다는 뜻일 테다.
앞으로 10∼20년 뒤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러 경제연구기관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또 미국 달러는 결국 몰락할 것이며 중국 위안화가 이를 대체해 세계 기축통화로 사용되리라는 예상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잠시 시계를 30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1980년대 일본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일본이 미국을 넘어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책이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30년이 흐른 지금, 곧 GDP의 2배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재정적자에 짓눌린 일본은 그리스나 아일랜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다시 2000년대로 가보자. 유럽은 유럽연합(EU)과 유로화 출범 등으로 미국을 대체할 세계 최대의 단일경제체제 탄생에 한껏 취해 있었다. 프로농구(NBA) 선수들이 연봉을 유로로 받겠다고 선언하는 등 미국 달러는 휴지조각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20년이 지난 오늘, 유럽은 누가 먼저 구제금융을 신청할지 눈치만 보는 처지에 몰려 있다.
일본과 EU의 공통점은 화폐전쟁에서 참패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돈을 찍어내 달러가 하락할 때 급부상했다가, 미국경제가 회복되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지금 중국은 세계 1위의 경제대국과 위안화 만세를 노래하고, 미국은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내며 달러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이 산업국가를 버리고 자본을 수출하는 금융국가로 변신한 뒤 수 십년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벌였던 화폐전쟁의 전개 방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중국은 대국이지만, 이상하게도 외세의 침략을 막아낸 경험이 한 번도 없다. 미국은 어려움에 빠져 있지만, 다른 나라를 경제속국으로 만드는 방법을 안다. 10년 뒤, 중국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