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뿐 아니라 한나라당마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불신임’을 확정했다.

한나라당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옳다는 결론을 내고, 이를 청와대에 통보했다. 최고위원단은 국민적 비판이 심각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상수 대표는 회의에서 “주말동안 여론을 수렴한 결과 정 후보자는 감사원장으로서 적격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정 후보자는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결과를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에게 전한 원희룡 사무총장은 “당이 전격적으로 결정해 청와대가 좀 당혹해 할 것”이라며 “당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서 더 큰 악영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고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주말 청와대와 관련 협의에서 여론의 심각성을 전했지만, 이날 결정은 청와대와 협의 없이 이뤄졌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책임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이번에 보여준 절차와 방식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청와대는 지명 철회나 사퇴 권유에 착수하기 보다는 당분간 사태의 추이를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정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청와대 소관이 아닌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정 후보자의 진퇴 여부는 어느 쪽이든 청와대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사퇴나 지명철회의 경우 청와대 인사 시스템 부실을 인정하는 셈이고, 사퇴론을 묵살하고 강행돌파할 경우 민심을 어긴다는 비난을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