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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어느 시골마을의 겨울 풍경

눈이 내린 마을은 묵언 수행하는 스님을 닮았다. 이따금, 지나가는 낯선 나그네를 보고 짓는 견공들의 소리만 마을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있는 듯했다. 그건 이방인을 긴장시키기보다 도리어 한가롭고 정겹기조차 하다. 햇살이 들판에 하얀 그림자처럼 스며든다. 언 땅이 온기를 누리며 기지개를 켜는 시간일러라.

오가는 이 하나 없는 길을 따라 내려가면 시골버스 정류장이 외로운 푯말이 돼 서 있다. 여름이었다면 왁자지껄할 자리에 바람 한 점 스치지 않는다. 모두 어디론가 떠나버린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겨울은 잠시 머물다 가겠지만 머물고 있는 동안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계절의 표정을 짓는다. 그건 마치 붓을 든 무명 화가의 손끝에서 펼쳐진 그림이 어느새 작품이 되어 화랑에 걸려 있는 느낌이다. 또한 시인이 내디딘 발길마다 떠오른 시상이 활자의 마술에 걸려 집이 되고 바위가 되고 장독이 된 사연을 듣는 기분이다. 겨울은 처음부터 그렇게 이곳에 찾아온 것임을 이제야 알겠다.

계곡의 물은 멈춰 있는 채로 다른 풍경이 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동작이 정지된 시내는 산속에 숨겨놓았던 선녀의 옷자락이 된다. 그 위로 밤이 내리자 도시에서는 꿈꿀 수 없는 별들이 쏟아질 듯한 기세로 하늘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그건 위태롭게 추락할 운명이 아니라, 하늘에 단단하게 박혀 있지만 언제든 그걸 바라보는 이에게 와 안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지붕 위로 낸 창문은 어둠이 깔리면 볼 수 없는 육안을 대신해준다. 밤이 본래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었음을 깨우치는 마음이 그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마음에도 그런 창문 하나씩은 만들어 놓아야하겠다. 질주하는 세속을 따라가다 부서지고 망가진 몸과 영혼은 그렇게 해서 구원을 얻을 것이다. 안식과 위로, 그리고 생명의 기쁨은 그로써 완성돼 간다.

이런 마을을 하나씩 잃어버리는 나라와 시대는 자신의 진정한 슬픔에 대해 점점 더 무지해져 갈 것이며, 자신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도 우둔해질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고 거창하게 손에 쥐며 화려하게 으스대는 이들 앞에 마을은 초라하다. 그러나 진짜 초라한 건 어느 쪽일까? 경건한 침묵과 자연의 속도를 배우는 감사가 있는 삶은 그 자체로 이미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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