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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어둠 밝힌 '교감' - 두 대의 피아노로 마법같은 연주

[Concert Review] 류이치 사카모토 내한공연

어둠은 아무것도 없음(無)일 수도 있지만, 한계 없는 거대함(無限)을 상징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둠은 아무리 작은 빛도 크고 의미심장하게 만든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10년 만에 이뤄진 내한공연은 암전으로 시작됐다. 무대 위 2대의 피아노 뒤에 세워진 넓은 비석같은 스크린 역시 검은색이었다. 곡에 어울리는 영상이 투사될 때에도 빛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홀 전체의 거대한 어둠에 잠겼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사라졌다. 피아노와 사카모토를 비추는 조그만 빛은 객석을 넘어 어둠 전체를 무대로 확장시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 2000년 공연과 마찬가지로 공연 초반의 분위기는 실험적이고 아방가르드했다. 풀벌레, 개구리, 물소리 등이 조용히 뒤섞인 듯한 ‘Glacier’를 필두로 프리패어드 피아노(조작된 피아노)로 하프시코드 소리가 섞인 채 연주된 ‘즉흥’이 이어졌다. ‘Hibari’는 공연에 앞서 화제가 됐던 야마하의 자동 연주 피아노와 연탄으로 연주해 마치 두 명의 사카모토가 연주하는 듯한 효과를 냈다.

‘Still Life’ ‘In the Red’ ‘Nostalgia’ 등 ‘Out Of Noise’ 음반 수록곡들이 이어지면서 스크린에는 알 수 없는 흑백의 움직임, 장미꽃, 전기 신호, 점멸하는 반딧불이 같은 장면이 투사되면서 그 자체로 예술적인 퍼포먼스로 기능했다.

‘A Flower Is Not A Flower’를 시작으로 ‘Playing the Piano’ 음반 수록곡 위주의 후반 레퍼토리가 시작되자 객석의 반응도 안정감과 온기를 띠기 시작했다. ‘Bobo No Aozora’의 미디 연탄과 관능적인 원곡을 피아노로 기막히게 재현한 ‘Tango’, 음반 ‘The Sheltering Sky’의 수록곡 ‘Loneliness’와 ‘The Sheltering Sky’가 이어졌다. 특히 ‘The~’의 휴지부가 짙은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 곡은 가장 잘 알려진 ‘Merry Christmas Mr. Lawrence’였다. 나이를 먹으며 연주는 걸음걸이와 닮아 간다던가. 사카모토는 전반적으로 루바토를 쓰며 템포를 천천히 가져갔다.

앙코르로 ‘Behind The Mask’와 ‘Happyend’를 미디 연탄으로 연주하고 ‘Thousand Knives’를 마저 연주했다. 이어 래퍼 MC 스나이퍼와 2004년 함께 작업했던 ‘Undercooled’를 들려줬다.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가사에 연평도 등이 첨가됐지만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는 변함없었다.

마지막 앙코르곡은 성가와도 같은 분위기인 ‘Aqua’였다. 그 사이 어둠에 익숙해진 청중은 저마다 가슴 속에 촛불을 켜는 듯했다. 어둠 속에서 교감한 2011년 사카모토의 느릿한 연주가 던져준 빛은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류태형·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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