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를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애리조나 총격 사건이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중간선거 패배로 위기에 몰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0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전 미국이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전국적으로 진행된 추모 묵념에서 “지금은 하나의 나라로서 힘을 합칠 때”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의회도 추모 묵념 행사에 동참했고 하원은 12일로 예정했던 건강보험개혁법 폐지법안 표결을 연기했다.
미 전역이 슬픔에 빠진 가운데 워싱턴 정국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현역 의원을 피격한 이번 사건이 미국의 분열된 정치 풍토가 낳은 비극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설 정치’가 책임론의 대상으로 부상할 경우 정치적 타격은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이 받을 수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공화당의 보수우파 논객들은 민주당 진영에 대한 독설 정치를 주도해왔다.
이번 총격 테러의 대상이 된 가브리엘 기퍼즈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은 티파티 운동 등 보수우파 운동의 정치적 표적이 돼왔고 건보개혁 찬성론자라는 이유로 지역구 사무실이 공격당하는 등 수차례 위협을 받아왔다.
공화당 비난 여론이 확산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적 의도와 상관없이 정적들의 정치 공세로부터 보호막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8일 테러 발생 직후 백악관에서 생방송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고, 수시로 상황을 직접 챙기는 등 전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정치적 영향면에서 이번 애리조나 총격사건은 지난 1995년 168명이 사망한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테러사건과 비교되기도 한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94년 중간선거 패배 이후 정치적 입지가 축소됐지만 이듬해 4월 발생한 이 테러사건으로 정치력 회복의 기회를 잡았다.
/조선미기자 seonmi@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