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 중인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 장관이 중국 측에 포괄적인 군사 문제를 다룰 새로운 형식의 군사회담을 제안했다.
게이츠 장관은 11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새로운 형식의 군사회담에는 핵과 미사일방어, 사이버 전쟁, 우주 공간의 군사적 사용 등 광범위한 분야가 망라될 것”이라며 “올 상반기 안에 회담이 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지도자들도 자신의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이츠 장관의 제안은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형식의 회담이 열리면 이는 주로 해양 부문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의 양국 군사 교류를 넘어 광범위한 군사 문제를 다루는 첫 번째 군사회담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대규모로 무기를 판매한 데 대한 항의로 지난 1년 동안 양국의 실무급 군사 교류를 중단했다.
게이츠 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이 대만에 추가로 무기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향후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재검토할 수는 있다는 뜻을 중국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의 정보 기관 교류가 양국 군사 관계 증진의 모델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게이츠 장관은 양국 정보 당국은 군에 비해 비교적 잘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은 양국이 군사적 불화 속에서도 막후에서 정보 분야 교류는 계속해왔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이츠 장관은 또 “북한이 앞으로 5년 안에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을 향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게이츠 장관의 발언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한 지 한 시간 만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부분적으로는 중국 측에 미국의 우려를 확신시켜 대북 설득에 나서도록 압박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게이츠 장관은 후 주석과 면담 중에 중국이 스텔스 전투기 ‘젠(殲)-20(J-20)’의 시험 비행을 실시한 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게이츠 장관은 중국이 젠-20 시험 비행을 의도적으로 자신의 방중에 맞춰 실시했는지 여부를 후 주석에게 물었고 후 주석은 이를 부인했다고 밝혔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젠-20의 시험 비행을 의도적으로 이날 언론에 공개했다고 전했다.
캐나다에서 발행되는 군사전문잡지인 ‘칸와아주방무월간’의 안드레이 창 편집장은 “젠-20 시험 비행은 TV 드라마 같았다”면서 “이 같은 드라마는 시 부주석이 지휘했다”고 주장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조선미기자 seonmi@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