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중 3명이 떨어져 나갔지만 동방신기의 이름값은 여전히 드높았다. 컴백 1주일 만에 음반과 음원차트 정상에 오른 것도 충분히 예상된 결과다. 2년 3개월 만의 컴백에 대한 긴장감을 이제 한풀 내려놓은 유노윤호(25)와 최강창민(23)이 그동안의 정신적 고통,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JYJ, 그리고 동방신기의 미래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가치관 달라진 그들
유노윤호는 자신이 앨범에 남긴 소속사 임원들에 대한 감사의 글과 이를 비난한듯한 JYJ 준수의 트위터 글로 촉발된 감정싸움에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누가 봐도 준수가 얘기하는 형이 저 같더라고요. 그리고 걔 얘기가 맞는 것 같고, 입장도 이해하고요. 단, 실수한다고 느낀 건 같이 활동했던 스승이고 어르신에게 ‘적’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았다는 점이죠.”
그래도 직접적으로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니 더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고 했다. 또 더 이상 동방신기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입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최강창민도 마찬가지다.
“다섯 명이 했던 예전 활동은 힘들었지만 소중했어요. 그런 추억이 있기에 지금 윤호 형이랑 동방신기로 존재할 수 있는 거고요. 제3자 입장에서는 보기 흉한 일이죠. 그렇다고 우리 다섯 명의 추억마저 더럽혀지는 건 원치 않아요.”
2인조로 탄탄한 체제를 구축했지만 2년 전 시작된 동방신기의 분열은 팀 리더인 유노윤호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일이었다.
“긍정적인 성격이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마구 산을 타고 걷고, 지하철을 타고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생각을 많이 정리했죠. 아이돌 스타라는 틀을 벗어나 인간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았어요.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잘 될 거라 믿고 노력해야죠. 어린 나이에 그런 고통을 겪게 돼 오히려 행복해요.”
팀을 떠난 세 멤버 재중·유천·준수에 대해 “음악 안에서 좋았던 친구들인데 가치관이 달라진 것 같다”면서도 “솔직히 답답하다.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는 선은 넘었지만 건강했으면 좋겠고, 빨리 돌아오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빈자리 메우다 실력 쑥~
2년 동안 혼란과 충격을 겪은 이들은 “활동 안 하고 세 친구 기다렸지만, 우리가 멋있게 동방신기를 지키다 보면 다시 다섯 명이 함께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5일 새 앨범 ‘왜’를 발표했다.
“동방신기의 특징이었던 강한 퍼포먼스와 다양한 코러스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어요. 고음 파트를 맡았던 창민이는 랩을 하고, 베이스를 담당했던 저는 고음을 시도했죠. 춤도 무겁고 빠른 비트에 잘게 동작을 삽입해 빈틈을 줄이려고 했어요.”
최근 이들의 활동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막내 멤버였던 최강창민의 빼어난 가창력과 향상된 춤 실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최강창민은 6개월간 제주도에서 SBS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24일 첫방송)을 촬영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각자 개성을 융화시켜야 하는 그룹활동을 하면서 팀을 위해 희생하고 움츠러드는데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제 감정을 표출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거죠. 그런 자세로는 연기를 할 수 없더라고요. 캐릭터에 감정을 넣는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찾았어요. 춤에 있어서도 흔한 말로 윤호 형에게 꿀리고 싶지 않았고요.”
타이틀곡 ‘왜’가 JYJ를 비난하는 곡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가사는 예전 우리 노래에도 있었다. 크게 게의치 않는다”며 “우리가 왔으니 고개를 숙여라 압도하겠다는 뜻”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비쳤다.
'왜' 일본어 싱글 26일 발표
소녀시대, 카라, 2PM 등 후배 그룹들이 일본에서 새로운 한류열풍은 동방신기가 앞서 일궈낸 밑바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이전에 보아 선배가 있어서 저희도 편승할 수 있었죠. 물론 저희도 3년간 고생해 한 축을 세웠고요. 내부적인 문제로 활동은 못하지만 우리가 만든 길을 아무도 걷지 않았다면 속상했겠죠. 결코 만만치 않은 시장이지만 국가대표가 됐다는 마음으로 뿌리부터 깊숙이 한다면 그 길은 계속 이어질 거예요.”
이들 역시 이번 앨범의 수록곡인 ‘왜’와 ‘맥시멈’을 26일 일본어 버전 싱글로 발표한다. 이에 맞춰 25~26일 도쿄 국립요요기경기장에서 ‘SM타운 라이브’에 참가해 2인조 동방신기로 처음 일본 무대에 선다.
“우선은 공백이 길었던 만큼 국내 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그리고 일본이나 다른 지역 활동도 놓치고 싶지 않고요. 팬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걸렸고, 언젠가 본연의 모습으로 꼭 다시 돌아올 거라 믿어요.”
/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 디자인/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