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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완벽한 자유의 다른말, 외로움

책 읽어주는 여자 -끌림(이병률/달)

‘끌림’은 1994년부터 2005년 초까지 200여 도시를 여행하고 적은 일종의 여행 산문집이다. 처음 출간 당시 읽었을 땐 홀로 떠난 여행임에도 어디 하나 결핍 없이 완벽한 자유를 누린 것 같아 샘도 나고 불편하고 그랬다.

그러던 얼마 전 책꽂이를 주르륵 훑다가 이 책에서 눈이 탁 걸렸다. 꺼내들고 그 자리에 선 채 뒤적이노라니, 그제야 문장 사이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는 결핍과 외로움이 눈에 들어왔다.

책의 진짜 매력은 ‘비워둠’이었다. 값싼 표현을 좀 하자면 ‘끌림’은 독자에게 “언제든지 내 감성에 빨대를 꽂으세요”라고 말한다. 그가 장치해놓은 홀로의 외로움에 흠뻑 젖기 바라는 거다.

가끔 지인이건 독자건 자신의 연애사를 언급하며 헤어진 인연과 재결합 가능성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나의 대답은 대부분 재결합 가능성은 당신에게만 있다, 다. 남자가 헤어진 여자를 다시 찾아올 때는 ‘뭐가 잘 안 될 때’다. 여자와 헤어지고 시작한 새 연애가 당최 진도를 못빼고 있거나, 회사에서 뭔가 ‘물을 먹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럴 때 아직도 자신이 우위에 있을 수 있는, 말하자면 가장 익숙하고 만만한 존재를 찾는다. 남자는 여자의 미련(혹은 애정)을 자양분 삼아 위안과 자신감을 얻고, 남자가 다시 떠날 때까지의 시간을 여자는 ‘재결합했다’고 착각한다.

아직 소진되지 못한 감정은 남자는 기가 막히게 알아챈다. 순발력이 있는 여자는 관계가 끝나면 재빨리 감정을 비운다.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습성의 문제다. 감정의 찌꺼기가 없는 상태라면 남자의 ‘일시 방문’도 쿨하게 대응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시에서 도시로 옮겨다니며 적은 이병률의 글들은 고독이며 절망 같은 군내 나는 감정들을 되새김질 하지 않았기에 더 투명하고 눈물겹다. 경박하지 않되 쳐지지 않는 가벼움, 여행이나 연애나 ‘깨끗이 치워진 빈 방’이 최고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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