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였던 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듣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떨려요. ‘배운다’는 것은 항상 저를 움직이게 하죠. 졸업 후 전 세계에 인터넷 강의를 전파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네요.”
“해마다 전국 27만명의 제자를 대학에 보낸다”는 30대 중반의 스타 수리영역 강사가 학생이 된다. 올해 봄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 11학번으로 입학을 앞두고 있는 차길영 SJ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해 케이블TV ‘화성인 vs 화성인’에서 ‘수학의 신’으로 소개돼 일반인에게도 낯이 익다.
차씨가 세간에 알려진 이유는 온·오프라인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높은 명문대 진학률을 올린 데다 연세대 대학원 출신, 초고액 수입의 얼짱 강사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 등 인터넷 강의 3개, 오프라인 학원 3곳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구하는 과정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빡빡한 일정에 치여 KAIST 수업에 소홀해지면 어쩌나 걱정도 되죠. 온·오프라인 강의를 하고 학원 운영까지 도맡다 보면 하루 10분도 자유시간이 없을 정도거든요.”
입학 면접에서 카이스트 교수는 그에게 “(학업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차씨는 “나이가 더 들면 힘들기에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공부할 예정”이라고 학구열을 당당히 드러냈다. 그의 포부는 경영학을 배워 ‘인터넷 강의’ 분야로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다.
자신의 전공인 수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국·영·수만 놓고 비교하자면 공부한 만큼 보상해 주는 학문이 수학”이라고 강조했다. 공부한 시간만큼 성적이 나온다는 의미다. 지금 수학을 못 하거나 공부할 시간이 없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그 간극을 메워주는 교사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해야 할 공부와 일이 많아 시행착오를 할 시간조차 없어요. 저는 그런 학생들을 위해 핵심만 전달해주려고 노력하죠.”
특히 인터넷 강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그는 “오프라인 학원은 지역에 있는 학생 몇 명만 만날 수 있지만 인터넷 강의는 제주도에 있는 학생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며 “커뮤니티에서 이 친구들이 질문을 해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차씨도 보답을 한다. 인터넷 강의 수강생들과 교류가 이뤄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파일이나,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보낸다. 의류업체에서 협찬을 받아 신발이나 가방을 선물할 때도 있다.
오는 3월 차씨는 새로운 ‘코치’를 모시고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다. 그는 “제자들도 이젠 친구”라며 “친구들이니까 숙제할 때 조금은 도와주지 않겠느냐”며 늦깎이 학생이 되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김유리기자 grass100@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