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동화작가로도 잠시 활동했던 영화배우 정진영은 자녀 교육관이 소박하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 단우 군이 자기 삶을 긍정하면서 살기를 바란다. 사교육도 웬만하면 피하려 애쓴다. 어린 나이부터 교육 현실에 압박당하지 않도록 아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일체의 사교육을 금지하는 경기 지역내 혁신학교 이우학교로 진학시켰을 정도다. “아들이 어떤 직업을 가져도 좋다. 그저 최선을 다하고 만족하면서 살 수만 있다면 멋진 인생 아니겠는가”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의 ‘아들과 놀아주기 노하우’ 베스트 3를 공개한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 웃고 떠들며 게임하기
배우란 직업이 촬영이 있을 때만 엄청나게 바쁘지, 없으면 백수나 다름없거든요. 한가할수록 아내와 집안 일을 함께하면서 아들과 그저 놀아주는 게 아빠 정진영의 주 임무죠. 아들과 저는 주로 빙고 게임을 자주 한답니다. 뭐 아무 거나 괜찮아요. 한자도 좋고 노래 제목도 좋습니다. 걸 그룹 이름도 재미있고요. 아들에게 연전연패하면 승부욕과 오기가 발동해 “한판 더”를 외치기도 해요. 뒤로 가선 흐뭇해 슬쩍 웃지만요.
▶ 장기판은 인생의 축소판
단우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장기에 흥미를 느끼더군요. 집안에 장기로 붙을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인지, 장기판을 들고 오는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요즘은 말의 ‘가는 길’을 완전히 익혀 가끔은 예상밖의 공격과 수비로 깜짝 놀라게 하죠. 가장 보잘 것없으면서도 가장 무서운 졸(卒)과 병(兵)으로 밀어붙이면 ‘요 놈 봐라’ 싶을 때도 있어요. 너무 져 준다싶으면 ‘노장 투혼’을 발휘해 뒷통수를 때리고 “하루 아침에 역전당할 수도 있는 게 장기고 인생이야”라며 점잖게 한마디한답니다.
▶ 맨살을 맞대면 친해져요
아들 키우는 아빠들의 가장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함께 목욕하기죠. 집 근처에 있는 대중목욕탕을 자주 이용하는데, 아들의 손을 잡고 사우나에 들어서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뿌듯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아들의 몸을 감상하는 맛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탕 안에 앉아, 서로의 등을 밀어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들의 고민을 금방 파악할 수 있어 무척 유용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