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 선정 논란이 ‘메머드급 뇌관’으로 커지고 있다. 여·야 갈등을 넘어 당·청 갈등, 계파 갈등, 지역 갈등으로 확대될 기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종시 논란을 능가하는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세종시보다 더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우선 지역간 이해가 훨씬 복잡하다. 지난해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돼 정부가 ‘원점에서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뒤 대구·경북·경기·광주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지역 간 경쟁은 차기 총선·대선과 맞물려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세종시처럼 시간을 끌다 충청 표심을 송두리째 잃을 것이란 절박감이 감돈다.
그런데 정부가 ‘행정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당·청 갈등이 재차 증폭되려하고 있다. 청와대는 ‘과학벨트까지 포함해 계획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됐는데, 굳이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줄 이유가 있느냐’는 인식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정두언 최고위원은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이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며 문책을 주장했다. 임 비서관은 지난 6일 대덕특구에서 “상황이 처음과 달라졌기 때문에 공약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전국을 대상으로 선정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여당 내부도 세종시 논의 때 못지 않은 갈등을 겪을 조짐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충청 이전에 무게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주장했던 ‘원안+알파’의 알파는, 과학벨트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상득 의원은 “과학벨트는 이미 기초가 마련된 곳이 선정돼야 한다. 대구·경북이 팀을 구성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야당 사정도 복잡하다. 당론으로는 충청행을 결정했다. 충청권 의원들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은 대통령의 공약이자 한나라당의 18대 총선 공약”이라며 “최적지는 충청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광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과기벨트 호남권 유치위 공동위원장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 “지식경제부가 광주를 연구·개발특구로 지정했다. 이번 특구 지정이 과학벨트 유치로 이어져야 한다”며 당론에 반기를 들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설을 거치면서 의원 간, 지역 간 경쟁은 더 증폭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대충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이선훈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