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이 18일 SBS 드라마 ‘싸인’의 일본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리 부상 사실을 알린 뒤 “밤을 너무 많이 새운다. 언제 누가 먼저 쓰러지나 내기하는 것 같다”며 지나치게 빡빡한 촬영 일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16일 ‘시크릿 가든’의 마지막 방영분에서는 한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어간 화면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제작진이 전날 열렸던 극 중 오스카의 콘서트 장면을 급하게 삽입하다 보니 벌어진 결과였다. 이 때문에 종방 기념 파티장에 모여 단체 시청으로 멋진 피날레를 기대하던 제작진의 얼굴이 흙빚으로 변했다는 후문이다.
드라마의 ‘초재기 제작’이 해가 바뀌어도 여전하다. 쪽대본 전달 → 촬영 및 편집 → 방송 시작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무슨 생방송도 아닌데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병폐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시청자의 반응을 제작에 즉각 반영할 수 있으므로 지금의 시스템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살짝 일리 있는 얘기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힘든 형편을 잊기 위한 ‘자기 위안’ 식의 군색한 논리다. 완성도 높기로 정평이 자자한 ‘미드’와 ‘일드’가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몰라서 100% 사전 제작 시스템을 오래전부터 선택한 것일까?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종편 시대가 열린다. 안 그래도 많은 현재의 드라마 편수는 대폭 늘어날 것이고, 톱스타급 연기자들과 베테랑급 스태프는 여기저기에서 불러대는 숱한 러브콜에 ‘즐거운 비명’을 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적 팽창이 꼭 질적 팽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제작 인프라의 확실한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금의 ‘초재기 제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아니 더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청자들은 많은 편수의 드라마도 원하지만, 그보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