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아덴만은 인도양과 지중해를 이어주는 길목이다. 북쪽으로는 아라비아 반도의 예멘과 남쪽으로는 동아프리카 소말리아 사이의 들머리에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출발한 선박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유럽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경계를 이루는 말라카 해협과 방글라데시 연안, 모잠비크 해협, 남중국해 등에도 해적들이 나타나곤 하지만 역시 아덴만 부근의 피해가 가장 심한 편이다.
소말리아는 국제사회로부터 해적을 근절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으면서도 안으로 정치·사회적인 혼란 상태에 처해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영국과 이탈리아에 의해 분할 통치되다가 지난 1960년 독립했으나 91년 쿠데타 이래 그동안 무장 군벌들의 내전에 시달려 왔다. 2005년 유엔이 중재한 연방정부가 출범했는데도 통치권과 치안력이 수도인 모가디슈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 그침으로써 사실상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다.
외국 어선들이 근처 해역에 제멋대로 침범해 들어와 싹쓸이 조업으로 어장을 황폐화시킨 것도 이런 혼란을 틈탄 것이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어민들이 나서서 민간 해안경비대를 결성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결국 지금의 해적으로 탈바꿈했다.
소말리아 내부에서 이들에 대해 비난보다는 오히려 ‘국민적인 영웅들’이라는 평가가 만만찮은 것도 그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스스로 해적을 지원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소말리아 의회가 현재 ‘해적 처벌법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런 여론에 떠밀려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요즘은 조직적인 정보망과 자금줄에 의해 움직이는 ‘기업형 해적’들도 적지 않다. 한 번 성공하면 단번에 50만 달러 이상의 뭉칫돈을 거머쥘 수 있는 ‘인질 산업’으로 떠오른 셈이다. 단순히 소총 몇 자루만 갖고 날뛰던 무기도 점차 격식을 갖춰 가고 있다. 다연발 기관총은 물론 대전차 유탄발사기, 휴대용 로켓도 등장했다. 이러한 무장력을 바탕으로 해적들은 지난해만 해도 세계 바다에서 50여 척의 선박과 1100여 명의 선원을 납치했다.
그렇기에 우리 청해부대의 특수전 요원들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 주얼리호’의 선원들을 무사히 구출했다는 소식은 더욱 반갑다. 이 과정에서 해적들과 5시간 동안 총격전까지 벌였다니 숨 막히는 시간이었다. 우리 군이 해외에서 인질구출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태극기를 단 우리 선박이 납치당할 경우 결코 두고 보지 않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각인시켰다는 사실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