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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옹의 ‘두가지 유산’

후진타오, 초고속 성장에 미국서 국빈 대접 양극화·부패·환경오염은 척결해야할 숙제

매년 1월 하순부터 2월 하순까지 중국 전역은 무척 소란스럽다. 이때가 귀향을 위해 연인원 30여 억 명이 바쁘게 움직인다는 중국의 최고 명절 춘제(春節·구정) 기간인 탓이다.

19년 전인 1992년 이 무렵의 덩샤오핑(鄧小平)도 그랬다. 그러나 그가 바빴던 목적은 조금 달랐다. 당시 첨예한 갈등을 빚던 개혁·개방을 둘러싼 이념 논쟁을 잠재우고 1년 전에 일어난 구소련의 붕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전(深 )·주하이(珠海)·상하이 등을 시찰, 자신이 입안한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게 이유였다.

약 1개월 가까이 이어진 시찰을 끝낸 2월 22일 그는 드디어 저 유명한 남순강화(南巡講話)를 발표하게 된다.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고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다”라는 게 핵심이었다. 이로써 모든 것은 확실해지게 됐다. 이른바 성사명자(姓社名資·원칙은 사회주의, 운용은 자본주의)라는 묘한 형태의 경제운용 시스템이 확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후 거칠 것이 없었다. 우선 능력 있는 자가 먼저 부자가 되라는 ‘선부론(先富論)’은 불후의 진리가 됐다. 고양이들 역시 색깔 구별 없이 쥐만 잘 잡으면 쓸 만한 동물로 여겨졌다. 또 2년 전의 톈안먼(天安門) 사건으로 일시 주춤했던 개혁·개방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이어 다시 19년이 흘렀다. 그동안 중국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비교적 쾌속운항을 거듭했다. 급기야는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후진타오 국가 주석 겸 총서기가 사상 유례없는 최고의 국빈 대우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 점에서 보면 남순강화와 후 총서기의 방미는 상당한 연관 관계가 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나아가 후 총서기는 덩샤오핑에게 정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동전에도 양면이 있듯 남순강화 이후의 중국은 얻은 것만큼이나 많은 것을 잃었다. 우선 환경을 꼽을 수 있다. 너무 성장을 지향하다보니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 대국의 명성은 얻었으나 최악의 환경 대국이라는 오명 역시 얻었다. 전 국토의 45%가 사막화되고 전국 하천에 1급수가 거의 없다는 사실만 봐도 이 단정은 틀리지 않는다. 심지어 베이징을 관통하는 량마허(亮馬河) 수로의 물은 20년 전만 해도 1급수에 가까웠으나 지금은 새들도 마시기를 꺼려 한다.

선부론에 따른 부작용인 양극화는 더 심각하다. 평균 한 끼에 최소 1만 위안(약 170만원)이나 하는 만한전석(滿漢全席)을 먹는 부호들이 엄청나게 늘어난 반면 끼니를 걱정하는 빈민들은 최소 수억 명에 이른다. 이러니 한 채에 한화로 수십·수백억원 하는 별장들이 전국에 즐비한 것과는 달리 개조한 공중 화장실을 집이랍시고 사는 빈민들도 눈에 자주 띌 수밖에 없다. 이외에 물신주의 팽배, 이기주의 만연 등 과거에는 보기 쉽지 않았던 사회적 부작용도 심각하기만 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후 총서기는 덩샤오핑으로부터 두 가지 모순된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해도 좋다. 경제는 더욱 발전시키고 부정적인 현상은 과감히 척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미국에서는 환대를 받았을지 몰라도 후세에는 그저 그런 지도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불어 덩샤오핑에게 미안해야 할 뿐 아니라 투정도 부려야 한다. 하지만 공은 아직까지는 그에게 있다. 모든 것은 그가 하기 나름이다. 과연 그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런 생각을 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중국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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