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개헌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건 것처럼 비쳐지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청와대 역시 개헌을 바라고 있다는 뜻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당장 힘을 얻은 것은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그동안 진정성에 강한 의구심이 제기됐었다. 지난 18일 이 장관 주도로 ‘개헌 회동’이 이뤄질 때도 많은 의원들이 “진짜 의도가 뭐냐”고 물었다. 그래도, 의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친이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핵심은 청와대와 교감 여부였다. 의원들은 “교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혼자 따로 밀고 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는 개헌에 대한 진지함을 느끼면서도 이 장관 개인의 정치적 의도를 계산해보지 않을수 없었다.
대통령과의 ‘안가 회동’을 통해 한나라당은 25일 열리기로 했던 개헌 의원총회를 설 연휴 뒤로 미루었다. 그대로 진행됐다면 친박근혜계와 소장파들의 무관심 속에 개헌에 더욱 김을 뺄 뻔했다. 개헌 추진론자들로서는 힘을 비축할 시간을 번 셈이다.
그러나 개헌론이 설 이후 힘을 받을 지는 미지수다. 중도 위치에 있는 나경원 최고위원은 25일 “개헌 논의가 권력구조개편에만 맞춰지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국민 기본권까지 다뤄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내 소장파들도 여전히 시큰둥하다.
민주당은 거듭 부정적 반응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시기적으로 ‘실기’했고, 내용적으로 ‘진정성’ 없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여야 합의 불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아예 “분당할 각오가 돼 있으면 개헌을 추진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국회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수정안보다 10배는 더 힘들고 폭발력이 큰 개헌을 청와대에서 몇 명이 만나 몰래 논의할 사안이냐”고 따졌다.
안상수 대표 등은 설을 분기점으로 개헌 동력을 최대화하려 애쓰고 있지만, 구제역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얼마나 힘을 받을지 여권의 힘이 주목된다.
/이선훈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