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해체 위기를 지켜보면서 ‘올 게 또 왔구나’란 생각부터 들었다.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리 이상한 일도, 신기한 일도 아니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탄생부터 소멸까지의 과정에서 멤버들의 자발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개입될 수 없는 한국 가요계의 대단히 기계적이고 비정한 시스템을 나름 오랫동안 접해온 결과다.
관련된 이유와 주장도 자주 듣던 ‘단골 레퍼토리’다. 박차고 나간 쪽은 ‘신뢰와 돈’(속사정을 알고 보면 돈이 먼저고 신뢰는 나중일 때가 많다)을, 소속사는 누군가의 음모와 사주(자신들의 과오를 감추기 위해서일 때가 대부분이다)를 각각 들먹인다.
이 와중에 당사자들은 뒤로 쏙 빠져있는 모습도 늘 되풀이된다. 무대에서는 방방 날아다니던 이들이 일만 터지면 어린이도 아닌데 엄마 아빠의 등뒤에 숨는다. 묵언수행을 하는 것처럼 입을 꾹 다문 채 어딘가로 숨어들어 갖가지 억측과 소문을 양산한다. 당연히 외교적인 수사를 남발하겠지만, 기자회견이라도 한번 열어 어느 선까지는 속사정을 밝힐 법도 한데 말이다.
팬들은 답답하고 어이없다. 어제까지 TV에 나와 웃고 떠들며 자기들끼리 좋아 어쩔 줄 몰라하던 스타들이 오늘 갑자기 갈라서는 광경에 진한 배신감마저 느낄지 모른다. 한술 더 떠 장본인들은 정작 아무 말없는데, 주위 사람들만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니 연예계 전반에 대한 불신과 의혹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갈등 봉합과 해소 그리고 이별의 과정이 지금보다 쿨해지고 깔끔해지길 바란다. 서로 다른 음악적 견해를 이유로 당당히 헤어지면서 콘서트와 음반을 통해 말끔하게 ‘회자정리’를 하는 해외 뮤지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멋지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주변인들의 폭로와 비방만이 난무하는 아이돌 그룹의 해체 과정, 솔직히 지겹다.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