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한글 작품명이 적힌 현수막을 찍더니 “가족들에게 보내야겠다”고 했다. 야구 모자를 쓴 채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모습은 대중이 상상하는 ‘뮤지컬 음악의 거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지킬 앤 하이드’와 ‘몬테크리스토’에 이어 ‘천국의 눈물’ 속 음악을 빚어낸 만든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52)이다. 1일 오후 개막 공연을 앞둔 그를 만났다.
▶ 밝고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데 비장하고 슬픈 노래들을 많이 만들었다.
슬픈 노래에는 인간의 영혼이 가장 많이 깃들기 마련이다. 애절한 선율은 배우로 하여금 가장 많은 감정을 끌어내게 하는 마력도 지녔다. 한국 팬들은 굉장히 감성적이고 큰 감동을 원하는 데 그 부분이 내 음악적 특색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
▶ 작품마다 주옥같은 넘버를 탄생시켰다. ‘천국의 눈물’에서 가장 기대를 거는 곡은?
‘들리나요(Can You Hear Me)?’다. 노래 제목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해 보는 말이다. 그 대상이 부모건 애인이건, 선생님이건 신이건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달라고 한 번쯤 해봤을 거다.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이 사랑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진실함을 음악에 담아내는 과정을 즐긴다.
▶ 조승우에 이어 김준수까지 한국 뮤지컬 계의 톱스타들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
두 배우 모두 특별한 재능을 지녔다. 그렇게 많은 여성 팬들 몰고 다닌다는 건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을 잘한다는 의미다. 관객을 자신 앞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어야 빅 스타가 되는 것 같다.
▶ ‘천국의 눈물’이 브로드웨이에서도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브로드웨이에선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 뒤에도 6주간의 프리뷰 공연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공연을 완성해 나가는 한국의 뮤지컬 제작 시스템에 놀랐고, 그 과정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다. ‘천국의 눈물’은 완벽하게 다듬어져 세상에 나온 작품이 아니라, 이제 막 생명을 얻은 작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낼 거라 믿는다.
▶ 앞으로의 계획은?
5월 일본에서도 ‘미치코’라는 작품을 올린다. ‘카르멘’은 체코 프라하에서 처음 공연됐고, ‘몬테크리스토’ 역시 스위스에서 시작됐다. 각 나라에서 만들어져 브로드웨이로 수출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이 놀랍고 기쁘다. /전수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