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되는 순간, 걸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이 있다. 비틀스의 ‘예스터데이’,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그리고 레드 제플린의 ‘스테어웨이 투 헤븐’ 등이 그러했다.
이글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발표한 많은 레퍼토리가 높은 평가를 일궈냈지만, 오로지 한 곡만이 대중음악사의 전당에 올라가야 한다면 무조건 ‘호텔 캘리포니아’(1976)가 선택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호텔 캘리포니아’는 가히 ‘국민 팝송’이다. 아무리 팝 음악을 안 듣는 사람이라도 ‘호텔 캘리포니아’의 멜로디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 곡과 관련해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있다. 감성적인 선율 때문인지 이 노래를 캘리포니아를 향한 낭만적 찬가처럼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실상은 그 정반대라는 것이다.
이 노래에서의 캘리포니아는 더 이상 약속의 땅이 아니다. 보컬을 담당한 드러머 돈 헨리는 이 노래가 “순수의 상실과 영광의 퇴색에 관한 것”이며 여기서 “캘리포니아는 미국을 축약한 소우주”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니까 이 곡은 달콤했던 ‘아메리칸 드림의 퇴색’을 드러낸 고발장이었던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곡이 이뤄낸 음악적인 성취였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이글스의 음악은 컨트리 록적인 필이 강했다. ‘테이크 잇 이지’ ‘테킬라 선라이즈’ 같은 초기 대표곡들이 잘 말해준다.
그러나 ‘호텔 캘리포니아’에서 그들은 컨트리의 흔적을 지워 누구라도 흡수할 ‘유니버설 록’의 진수를 구현했다. 그리고 저 유명한 기타 솔로 파트에서 드러나듯, 하드 록의 요소들까지 포용해냄으로써 실력파 록 밴드로서의 지위도 획득했다.
바로 그래미가 ‘올해의 레코드’를 그들에게 수여한 결정적 동인이다. 지금까지 1600만 장이 팔린 동명 앨범은 당연히 빌보드 차트 1위.
3년 뒤, 이글스는 후속작 ‘더 롱 런’을 내고 얼마 후 해산하고 말았다. 그러나 밴드는 1994년에 재결합해 MTV 실황 앨범 ‘헬 프리지스 오버’를 발표, 거대한 성공신화를 그려냈다. 그리고 현재까지 단 한 장의 정규 앨범만을 선보였을 뿐인데도 그들의 변함없는 인기는 놀라울 정도다.
국내 공연기획사들 사이에서 늘 섭외 0순위였던 이유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섭외 대상이 아니다. ‘호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이글스의 명곡들이 이 땅에서 울려 퍼질 다음달 15일이 그리 멀지 않았다.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greatt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