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난민’ 대열에 대학생들이 합류하고 있다. 지난해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던 가격보다 최소 10% 이상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싼 집을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학생들이 크게 느는 상황이다.
또 지난해 2 대 8 비율이던 대학 주변 전·월세 매물이 올해 1 대 9로 심화하면서 전세 매물은 아예 실종되다시피 해 거래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세 품귀 현상으로 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대학가 원룸의 경우 월세가 45만∼50만원에 달해 학생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윤학길(57)씨는 원룸 전세를 구하러 왔다는 말에 “지난해 시세 생각하시면 방 못 구합니다. 500만∼1000만원 더 주셔도 장담 못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전셋값이 이렇게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대학가 원룸, 소형 주택 등의 전셋값이 급등한 이유는 저금리가 지속하고 있기 때문. 기존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맡겨도 이자가 얼마 되지 않자 건물주들이 일제히 전셋값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인근 원룸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최을상(62)씨는 “금리가 낮아 전세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차라리 보증금을 덜 받고 월세를 놓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기숙사 구하기도 별따기
서울 시내 대학가 전셋값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뉴타운 개발이 지목되고 있다. 지방에서 상경한 대학생들이 하숙이나 자취를 하고 있는 주택들이 헐리게 되면서 이사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시내 대학 가운데 인근에 뉴타운이 조성되는 곳은 이문·휘경 뉴타운 근처의 경희대·한국외대·한국예술종합학교와 흑석 뉴타운 인근 중앙대 등 12개 학교다. 이들 대학 재학생 중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 수는 4만2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전세로 머물던 대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학교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재계약을 선호하면서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갈 곳 잃은 학생들은 대학 기숙사에도 몰리고 있다. 경원대·경기대·경희대 국제캠퍼스의 경우 기숙사 입주자 마감일이 남았음에도 정원의 2∼3배 가까운 학생이 몰렸다.
치솟은 방값에, 전세 품귀 현상이 더해지자 ‘대체재’인 하숙비도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대학가 하숙비는 월 50만원을 호가해 학생들 사이에서 하숙생은 ‘사회 지도층’으로 불릴 정도다. 이달 중순이 되면 대학생 전세난은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개강과 입학을 앞둔 지방 출신 학생들이 대거 서울로 올라올라 오기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2년 동안 자취를 해 온 문영원(25·중앙대)씨는 “전셋값을 올려주던지 아니면 월세로 돌리겠다는 주인의 말에 방을 뺐다”면서 “학교 근처는 전셋값이 너무 올라 도보 20∼30분 거리에 방을 구하려 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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