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손 잡으면 어깨에 손 올리고 싶고, 손 올리면 키스하고 싶다’는 말이 있다.
자연스럽게 발전해 가는 연인들의 스킨십 진행 순서를 뜻하는 말인데, 할리우드의 매력남 애쉬턴 커처와 요즘 가장 ‘핫’한 배우 나탈리 포트먼이 펼치는 발칙한 연애담 ‘친구와 연인 사이’는 이런 순서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마지막 단계부터 시작한다. 바로 섹스!.
어린 시절부터 가끔 우연한 만남을 가져오던 애덤과 엠마는 예기치 않았던 첫 섹스 이후 쿨한 섹스프렌드가 될 것을 약속한다. 신체 부위 애칭, 휴대전화 1번 저장, 꽃 선물, 애교, 질투, 거짓말 등 연인처럼 보이는 어떤 애정 표현도 안 되는 사이를 약속한다.
여자는 사랑의 상처를 다시 받을까봐 두려워하고, 남자는 전 여자친구를 아버지에게 뺏긴 아픔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관계가 가능해진 것이다. 두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서로가 필요할 때 섹스를 즐기지만 결국 사랑의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연인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 외엔 영화의 원제처럼 ‘아무런 조건없이(No Strings Attached)’ 섹스 프렌드가 된 애덤과 엠마가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아무런 조건없이’ 연인이 되는가를 그린다. 엠마에 대한 사랑을 인정한 애덤이 엠마의 사랑 불신증을 어떻게 허무는가가 영화의 관전 포인트. 엠마의 생리통을 달래줄 노래 모음 CD를 굽고, 로맨틱한 데이트 계획을 짜는 등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극의 재미를 높이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가는 엠마의 감정선도 꽤 섬세하게 표현된다.
아쉽다면 로맨틱 코미디의 스토리 전개를 그대로 따른다는 점인데, 그럼에도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자랑하는 커처의 싱싱한 젊음과 ‘레옹’ 이후 최근의 ‘블랙 스완’까지 진지한 연기만 보여주던 포트먼의 싱그러운 아름다움이 매력적인 ‘친구와 연인 사이’는 밸런타인 데이를 맞는 연인들에게 좋은 데이트 무비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