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의 낯선 남녀로 처음 만난 현빈(29)과 탕웨이(32)가 서울에서 재회했다. 영화 ‘만추’(17일 개봉)의 홍보를 위해 다시 만난 이들은 “마치 어제 본 것 같다”는 친근함과 함께 시애틀의 추억을 회상했다.
★ 현빈 “슬픈 사랑, 내 취향 아냐”
“일본에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정말 얇아 모든 게 물음표 같았어요. 굉장히 많은 부분을 순간의 감정에 따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연극하던 시절처럼 하나하나 만들어 가는 작업에 미리 가슴이 떨렸어요.”
미국에 온 지 2년. 친구, 애인, 동생, 댄스 파트너 등 돈을 받고 여자들이 필요로 하는 일은 뭐든지 해 주는 남자 훈이 그가 맡은 역할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하는 인물이죠. 표정과 눈빛에 많이 신경 썼죠. 언어와 문화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들에 고민했고, 눈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에 최대한, 그러면서 넘치지 않게 표현하는데 집중했어요.”
역시 문제는 언어였다. “우리말로 100% 감정 전달하는 것도 어려운데 영어로 어떻게 하느냐”는 고민이 가시지 않았다. 촬영 시작 3개월 전 무작정 시애틀을 찾아 촬영이 끝나는 순간까지 영어 수업을 계속했고, 무작정 시애틀 거리를 돌아다니며 환경의 이질감을 없앴다.
“낯선 걸 싫어해 훈과 같은 3일간의 사랑은 현빈에게 불가능하다”는 탕웨이의 말처럼 그가 생각하는 사랑은 작품 속 모습과 다소 다르다.
“행복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요. 늘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잖아요. 그냥 행복하고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많은 사랑. 작품 속에서는 사랑에 대한 제 개인적인 성향은 최대한 걷어내려고 애쓰죠.”
드라마 ‘시크릿 가든’ 열풍에 이어 두 작품을 들고 베를린영화제를 찾게 된 절정의 인기를 맛보고 있는 그는 “외면과 혹평을 당해본 후 다시 인기를 얻게 되니 군대가 한창 ‘잘나가는’ 그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냐”는 말에 “군대도 기대된다”며 즉각 막아섰다.
“많은 분들이 군대 들어가서도 이런 말 나오는지 두고 보자고 해요. 물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육체적으로 힘들겠지만 김태평이라는 사람으로 2년간 보내는 데 기대가 커요. 20대 초반부터 이 일을 하며 정작 나를 위해 썼던 시간이 거의 없었거든요. 남자들과 어울리고 노는 것에 호기심이 많고 나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2년 후 지금보다 좀 더 당당해져 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고요.”
한편 군 입대를 앞두고 연인 송혜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는 “그건 개인적으로 하겠다”며 언급을 피해 여운을 남겼다.
★ 탕웨이 “현빈, 내 눈빛 피했다”
극 중 애나는 남편을 죽인 후 7년 만에 외출을 허락받은 모범수로 시애틀로 가는 버스에서 훈과 만나 3일을 함께 보낸다.
“연기하는 모든 순간이 힘들었어요. 애나의 인생과 삶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과정이었죠. 눈물이 없는 캐릭터라 카메라 밖에서는 늘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애나는 마음속이 온통 얼음과 같고 심장은 지하 10층 깊이에 묻혀버린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훈을 만나면서 인생을 새로 시작하고 행복을 느낀다.
“물론 현빈씨도 좋은 사람이죠. 처음 만났을 때는 야구 모자를 푹 눌러 써 눈을 볼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자기를 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냉정히 말하면 현빈씨보다 훈이 더 좋아요. 호호.”
연출을 전공한 배우로서 자신의 작품에 캐스팅하고 싶은 한국 배우를 묻는 질문에 “100편은 봐야 알 것 같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현빈씨는 너무 호흡이 잘 맞아 당연히 섭외하고 싶어요. 그런데 현빈씨가 안 한다고 할 것 같아요.”(웃음)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김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