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색창연한 유럽 문화의 중심지 독일 베를린이 한국 영화의 신선한 기운으로 채워질 조짐이다.
칸·베니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영화축제로 꼽히는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10일(현지시간) 개막한 가운데, 현빈·임수정 주연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장편 경쟁 부문)와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파노라마) 등 모두 9편의 한국 영화가 영화제 초반부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극전개·호연…신선한 ‘한국’
검경 비리를 다뤄 지난해 찬사를 받았던 ‘부당거래’는 11일 한국 영화로는 처음 상영돼 호평을 이끌어냈다. 관객들은 사실감이 넘치는 극 전개와 배우들의 호연에 박수를 보냈다. 류 감독은 상영에 이은 관객과의 대화가 끝난 뒤 “한국 사회의 현실에 어두운 외국 관객들이 영화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의외로 잘 받아들여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13일에는 단편 경쟁부문에 오른 박찬욱·찬경 형제 감독의 ‘파란만장’이 공개됐고, 14일에는 김수현 감독의 ‘창피해’(파노라마)와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 참여’(포럼)가 각각 상영된다.
▶“현빈·임수정 온다” 들뜬 관객
현지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는 현빈의 베를린 나들이다. 그는 임수정과 함께 15일 오후 베를린에 도착한다. 베를린 음대에 유학 중인 신승미(26)씨는 “현빈의 출연작을 보기 위한 유학생들의 예매 경쟁이 뜨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언론은 연출자인 이윤기 감독과 임수정에게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독일 기자 슈테판 크라스트(42)는 “이 감독은 ‘여자, 정혜’ ‘아주 특별한 손님’ ‘멋진 하루’로 세 차례나 베를린을 찾아 낯익은 한국 영화인”이라며 “임수정 역시 2009년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경쟁부문에 올랐던 여배우라 잘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 한국 영화, 세계로 세계로
한국영화 진출 편수로 베를린 사상 역대 최다인 만큼 마켓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미디어플렉스·싸이더스FNH·미로비전·화인컷 등 7개의 한국 업체가 영화제의 주요 부대행사로 열리는 유러피안필름마켓(EFM)에 부스를 마련하고 수출 경쟁에 돌입했다.
개막과 동시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디스트립 필름, ‘차우’와 ‘포화 속으로’는 각각 오프닝 필름과 CTV 등 프랑스 및 유럽 각국에 팔려 나가며 청신호를 밝혔다.
현지에서 한국 영화 홍보 및 수출 업무를 지원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모두 42편의 한국 영화가 마켓에 나왔는데 해외 수입업자들의 관심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며 “올해는 한국 영화의 질적·양적 성과가 점쳐진다”고 밝혔다. /베를린(독일)=조성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