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이 됐지만 그의 대표 이미지는 여전히 금순이(MBC ‘굳세어라 금순아’)와 소서노(MBC '주몽’) 곁에서 피어 오른다. ‘떼루아’ ‘제중원’ 등 다양한 질감의 캐릭터를 빚었지만 시청률은 쌉싸래한 와인 뒷맛 같았다. 그 시기를 ‘실패’라 부르는 대신 “마음의 크기가 넓어진 계기”로 추억하는 한혜진(30)이 올 봄 오랜만의 대표작 빚기에 돌입한다. KBS2 새 수목극 ‘가시나무새’(다음달 2일 첫 방송)의 서정은을 잘 기억해야겠다.
고2때 첫 오디션 미끄럼
‘가시나무새’는 욕망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여자와 그가 버린 것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는 또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밝고 강인한 여인 서정은이다.
“세밀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그립던 참이었어요. 이왕이면 선 굵고 스펙트럼 넓은 인생을 사는 여자의 이야기요. 서정은이 딱 그래요. 맑고 순수하지만 현실의 시련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인물이죠. 이제껏 맡았던 역할 중에 가장 어렵고, 도전할 게 많아요. 촬영 전날 밤엔 고민이 치열해져, 자다가도 번쩍 깰 정도거든요.”
극중 서정은은 스타가 되면 친 엄마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사는 보육원 출신 단역배우다. 톱 여배우로 성장한 그가 단역 배우 시절로 돌아간다는 점은 시청자와 그 모두에게 흥미로운 일이다.
“정은이는 단역이라도 싹이 보이는 아이에요. 저도 그랬을까요? 아닌 것 같아요. (웃음)고 2 때부터 오디션에 다녔는데, 보는 족족 떨어졌거든요. 단역에서 조연으로, 주연으로 성장해 가는 정은이 모습은 저랑도 닮은 것 같아요.”
무명 시절 꿈꾸던 유명세를 얻었고, 톱 배우 반열에도 올랐지만 작품이 사랑받지 못할 때 마음이 쓰린 건 해가 지나고 위치가 달라져도 어쩔 수 없다.
“무언가를 향한 섭섭함이 있었죠. 그런데 그런 시기를 빨리 겪은 것이 다행스러워요. 엄마는 배우라는 직업이 최고인 줄 알아요. 늘 ‘배우 하기도 아까운데’ 하시면서 다른 일도 잘 시키지 않으세요. 엄마에게도 제게도, 배우라는 직업은 행복함 그 자체인 것 같아요.”
'형부 김강우 챙기기' 내 몫
최근 공개된 일상 속 사진에서 그는 대중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유쾌하고 재미난 혜진씨’였다. 형부(배우 김강우)를 트위터의 세계로 인도하는 살뜰함이나 극중 파트너(주상욱)와 코믹한 포즈를 취하는 재치도 그랬다. ‘하미모’(하나님을 사랑하는 미녀들의 모임) 사진이 화제라고 하자 “회원이 총 16명인데 사진에 나오지 않은 멤버들 원성을 좀 들었다”며 웃었다.
“작품 밖에서 절 만나는 사람들한테서는 푼수 같다는 얘기도 들어요. 예쁘다는 칭찬에 기분이 붕 뜨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해요. 온 가족이 집에 모였을 때도 제 담당은 토크? (웃음). 이제 두 번째 명절을 함께 한 형부가 어색하지 않도록 말도 걸어드려야 하고, 할 일이 많아요.”
형부 얘기가 나온 덕에, 결혼 얘기로 슬며시 화제를 돌렸다. 말을 아끼려는 듯 하더니 “제가 생각해도 한혜진이라는 배우에게 지금 가장 궁금한 건 극중 캐릭터의 성격보다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일 것 같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저희 집에선 다들 장기 연애가 전통이라 조급한 마음은 없어요. 편안하게 잘 만나고 있고요. 둘째 언니는 연애한 지 2년 반 정도 됐는데, 7년 연애 끝에 결혼한 큰 언니랑 7년째 오빠(나얼)를 만나고 있는 제 앞에선 명함도 못 내민다니까요. (웃음)” /전수미기자 jun@metroseoul.co.kr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