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개헌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홍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9차 개헌에 이를 동안 의회가 개헌한 것은 4·19 직후와 6월항쟁 후 국민적 열망이 있을 때 두 번 밖에 없었다. 지금 국민적 열망이 있는가”라며 “개헌을 제대로 하려면 대통령께서 개헌 발의를 하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대정신에 맞지 않다고들 하는데, 일본은 1946년 (개정한) 헌법으로 선진국으로 갔다”고 반박했다. 이어 “91년 북한이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았고 (87년 개헌 후) 달라진 것은 그 조항밖에 없다”며 “보수정권이 북한의 정체를 인정할 자신이 있는가”라고도 반문했다.

특히 “솔직하게 접근하자. 문제의 본질은 권력구조에 있다”면서 “개헌하려면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독재단임제’라고 직접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비판도 내놨다.

홍 최고위원은 결국 당내 개헌특위(특별기구) 설치안에 대해 “당 최고기구 산하에 개헌기구를 두는 것은 분란을 촉발한다. 원내대표나 정책위 산하에 실무기구를 둬야 한다”고 안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다.

홍 최고위원의 선제 공격 및 비슷한 의견을 지닌 다른 최고위원들의 공감 속에서 이날 최고위원회의는 개헌기구 관련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안상수 대표 등 친이계는 최고위원회의 산하에 개헌기구를 설치해 개헌 논의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정두언·서병수 최고위원 등도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지난주 이틀간 개헌 의총을 통해 개헌기구 구성 방침만 정했을 뿐, 기구의 위상을 놓고 지도부 내에서조차 여전히 논란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