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그래미 시상식이 한국시간으로 바로 어제인 14일 열렸다. 그래미 시상식은 ‘주류 팝계’의 한 해 농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 지금까지 명성과 권위, 인기도 측면에서 단연 독보적인 행사로 뮤지션과 팬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일례로, 1966년 수상 이후 80년에야 다시 그래미를 품에 안은 연주가 허브 앨퍼트는 다음과 같은 수상 소감을 피력했다. “14년 전 나는 그래미를 받고 쩔쩔맸었다. 그 이후 단 하나의 그래미를 받기 위하여 이토록 오랜 세월이 소비될 줄은 몰랐다.” 뮤지션들에게 그래미상이 얼마나 선망의 대상인가를 알 수 있는 소감이다.
매년 성대히 거행되는 그래미는 모든 대중음악인들의 ‘꿈의 제전’이다. 예술성을 공인받는 동시에 음반 판매고도 올라가 실질적인 소득까지 얻을 수 있다. 뮤지션들이 그래미 트로피를 평생의 자랑으로 여기는 이유다.
그래미상은 해마다 수상부문이 늘어나 현재는 대중음악의 거의 전 장르를 총망라하고 있다. 깊이와 넓이를 양수겸장하고 있다는 자부심이라고 할까.
그러나 그래미에도 잡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그래미 위원회의 고령화에 따른 보수적 관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일례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경우 전성기가 한참 지난 뒤인 68년에야 ‘종교 음악 부문’에서 간신히 트로피 하나를 받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그래미가 갖는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 우선 그 방대한 카테고리가 놀랍고, 거장들에 대한 꾸준한 포상과 예우, 신인상을 통한 재능의 발굴 등, 단점을 넘어서는 장점들이 있어 온 까닭이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아케이드 파이어를 비롯해 에미넴, 레이디 가가, 레이디 앤터벨럼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래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 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주위의 친구들과 과연 어떤 뮤지션이 트로피를 손에 넣을지 내기를 해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수상자 예상을 하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명쾌하다. 지금까지 제대로 맞춘 적이 거의 없으니까. 평론가라는 인종들이 말만 많지, 원래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