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예술의 도시 베를린에서 두 편의 리뷰가 도착했다. 빔 벤더스 감독이 작고한 무용가 피나 바우시를 회고한 다큐멘터리 ‘피나’(장편 경쟁)와 이라크 독재자 후세인의 폭력성을 다룬 ‘데빌스 더블’(파노라마)이다.
벤더스의 3D 전기다큐물 ‘피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파리, 텍사스’ 등으로 잘 알려진 독일 감독 빔 벤더스가 2년 전 타계한 전설적인 현대 여류 무용가 고(故) 피나 바우시를 회고하는 3D 무용 다큐멘터리 ‘피나’로 돌아왔다.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의 특별 상영작으로 초청받은 이 작품은 영화제 4일째인 13일(현지시간)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1시간46분의 상영 시간 동안 카메라는 바우시가 남긴 ‘카페 뮬러’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스크린에 되살린다. 또 바우시와 호흡을 맞췄던 후배 무용수 30여명이 직접 출연할 뿐만 아니라, 육성으로 고인의 업적을 기린다.
이들 가운데 특히 한국인 여성 무용수 김나영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바우시는 내게 ‘넌 예민한 성격이지만, 그 성격이 무용을 하는 데 무척 도움 될 것’이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회고해 눈길을 모은다.
벤더스 감독은 이처럼 작품과 지인의 육성으로 바우시의 예술혼을 설명하는 동시에 3D로 마치 객석에서 공연을 감상하는 것처럼 생생한 사실감을 재현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몇 년전 록밴드 유투(U2)의 콘서트를 3D로 찍으면서 3D의 미래를 확신했다”며 “앞으로 3D는 꼭 상업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세인家 악행 담은 ‘데블스 더블’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맏아들 우다이(도미니크 쿠퍼)는 마약을 흡입하고 고급 자동차를 몰며 온 나라 여자들을 마음에 들기만 하면 모두 건드려야 직성이 풀리는 망나니다. 갖은 악행으로 신변에 위협을 느낀 그는 아버지처럼 자신의 대역을 구하고, 얼굴이 비슷하게 생긴 군인 라티프를 낙점한다.
졸지에 2인자의 도플갱어로 거듭난 라티프는 삶에 회의를 느끼지만, 말을 따르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는 우다이의 협박에 굴복한다.
날마다 계속되는 우다이의 만행에 신물이 난 라티프는 우다이의 정부(뤼디빈 새그니어)와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파노라마 부문에 출품된 ‘데빌스 더블’은 이라크의 철권 통치를 이끌었던 후세인 일가의 기이한 행각을 액션 드라마로 버무려낸다. ‘맘마미아’로 얼굴을 알린 도미니크 쿠퍼가 독재자의 악마같은 아들과 자신의 정체성에 충실한 남성을 동시에 열연한다.
우리에게 ‘스위밍 풀’로 익숙한 뤼디빈 새그니어는 금발을 까맣게 염색하고 농염한 매력을 발산한다. 메가폰은 ‘007 어나더데이’의 리 타마호리 감독이 잡았다. ‘…어나더데이’에서 북한군을 야만적인 괴물로만 묘사해 찬반 양론을 불러일으켰던 연출자다.
그래서일까? 이라크 내부의 혼란과 참상에 대한 고발과 성찰 대신, 자극적인 화면 전개와 자극적인 폭력 장면만 눈길을 끈다.
/베를린(독일)=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