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고속철도 광명역에서 발생한 KTX 탈선사고는 결국 ‘안전불감증’이 빚은 또 하나의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선로전환기 케이블 보수공사를 하면서 너트를 분실한데 이어 유지보수 매뉴얼을 어긴 채 임의로 보수조치를 하면서도 관제센터에는 허위로 보고하는 등 철도 현장의 느슨한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줬다.
◆선로전환기 단자함 ‘너트’ 분실
사고 당일인 11일 새벽 1시부터 4시30분 사이에 광명역 내 일직터널 내에서는 모 외부 업체가 선로전환기 밀착감지기 단자함을 뜯고 노후 케이블을 교체했는 과정에서 5번 단자의 너트가 탈락해 분실됐다.
해당 업체는 5번 단자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5번 단자를 푼 흔적 등이 남아있어 케이블 교체과정에서 여러 너트 가운데 하나를 채우지 않고 단자함을 닫은 것으로 코레일은 보고있다.
누구의 책임이든 사소해 보이는 너트 한 개를 제대로 조이지 않고 분실하면서 ‘선로전환기 불일치 장애’를 불러왔고 KTX의 탈선까지 이어졌다는 데는 외부 공사업체이나 코레일 모두 책임을 면키 어렵다.
◆매뉴얼 무시한 엉터리 ‘땜질’
사고 당일 오전 선로전환기 불일치 장애로 재차 보수에 투입된 코레일 직원 L씨는 원인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이상 신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직진’만 가능하도록 임의로 단자함내 선들을 연결, 신호기가 정상 작동된 것처럼 조정했다. 유지보수 매뉴얼에도 없는 엉터리 땜질식 처방이었다.
그럼에도 L씨는 관제센터에 “열차운행이 지장없도록 임시 조치했다”는 허위 보고까지 한다.
안전불감증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그의 이 같은 행동은 KTX 탈선이라는 엄청난 사고로 이어지고 만다.
◆현장과 관제센터간 소통 부재
코레일 관제센터 역시 보수직원 L씨의 보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설사 직원 L씨가 관제센터에 임시조치를 했다는 허위보고를 했더라도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확인해야하는 데 이를 그대로 간과한 것이다.
결국, 하루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KTX의 안전을 책임지는 코레일이 열차 안전운행의 주요 장치인 선로전환기의 이상을 사전에 알았으면서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못한 데 이어 현장과 관제센터간 의사소통 부족으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탈선사고를 불렀던 것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