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규리(32)가 인생의 제2막을 열었다. 긴 공백을 깨고 이름까지 바꾸고 돌아와 이제 웃을 일만을 기다린다며 화사한 미소를 짓는다.
'김민선' 대신 태명으로
김민선으로 10여 년 활동한 그는 2년 전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지만 사실 쭉 마음에 안들었어요. 민선을 한자로 풀이해 보면 ‘옥 다음갈 민’에 ‘다음갈 선’이거든요. 어릴 때부터 처음이나 최고가 아니라는 뜻에 불만이 있었죠. 태명이자 어릴 적 집에서 불리던 이름으로 바꿨으니 왠지 좋은 기운, 최고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그는 말 한마디 꺼내기가 조심스럽고,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는 동안 ‘미인도’에 출연하며 인연을 맺게 된 한국화에 푹 빠져 지냈다.
“선생님들의 작품 여행에 따라다니고, 홍익대 사회교육원에도 등록해 배웠어요. 혼자 전국 곳곳의 유적지도 돌아다니며 우리의 것에 흠뻑 빠지게 됐어요.”
촬영 중에도 늘 다음 일정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던 성격이 어느새 고쳐졌다.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 같은 붓놀림에도 그림이 모두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보며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결실에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얻었다.
“내가 만든 슬픈 파장은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법인데 그걸 따듯하게 받아주는 주위 사람들 덕분에 이렇게 재활할 수 있었어요. 안 좋은 일을 겪으며 사랑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저를 아끼는 분들 덕에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고, 이제 제가 받은 만큼 사랑을 전해주고 싶어요. 물론 남녀간의 사랑도 좋겠죠.”
'코믹 흑기사' 창정 오빠
‘미인도’ 이후 장편 영화의 주인공으로는 3년 만에 복귀작으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 ‘사랑이 무서워’(10일 개봉)를 택했다. 빼어난 몸매와 미모에 백치미와 모성애까지 갖춘 홈쇼핑 모델 소연을 연기했다. 임창정과 호흡을 맞춘 그는 매혹적인 모습과 과감한 대사로 숨겨둔 코믹 본능을 발산한다.
“제게 일단 웃음이 필요했어요. 시나리오를 읽는데 웃음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제가 제일 못하는 게 남을 웃기는 일이지만 리액션만큼은 자신 있거든요. 임창정씨가 워낙 잘하시니까 저는 마음껏 웃기만 했어요.”
'뜸한 스타'서 '다작 배우'로
이번 영화 개봉을 시작으로 벌써 올해 상반기 계획이 빼곡히 잡혀 있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촬영한 영화 ‘풍산개’가 4월 개봉되고, 양윤호 감독이 연출하는 3D 호러 영화 ‘기생령’이 다음달 말 촬영에 들어간다. 하반기에도 최소 영화와 드라마 한 편씩 출연을 목표로 쉼없이 달릴 계획이다.
“예전에는 작품 선택을 하는데 나름대로 기준이 있었어요. 까탈스럽게 고르는 편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어도 됐을 일인데 말이죠. 많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작은 일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강박 탓이었던 것 같아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소통했어도 됐던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제는 가리지 않고 최대한 달려보겠다는 마음이다.
“지금은 세상 모든 것과 대화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제가 뿜어낼 수 있는 좋은 에너지와 향기를 가급적 오랫동안 전하고 싶은 게 요즘 새롭게 갖게 된 인생의 목표예요.”
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