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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정치범과 게이 '감방 불협화음'

[Theater Review] - '거미여인의 키스'

‘거미여인의 키스’는 아르헨티나 소설가 마누엘 푸익이 1976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연극 대본은 작가가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정치범 발렌틴과 동성애자 몰리나가 한 감방에 기거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사회 변혁을 꿈꾸는 발렌틴에게 남녀의 억압적인 성 역할, 즉 여성이기 때문에 여리고 수동적인 성 역할을 무비판적으로 따라 하는 몰리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몰리나에게 역시 패션 감각 제로에다 자신이 베푸는 친절을 차갑게 외면하는 발렌틴이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몰리나는 발렌틴에게 최대한 친절을 베푼다. 간수가 발렌틴에게 정보를 빼내면 석방을 시켜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첫 장면은 몰리나가 발렌틴에게 표범여인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곳부터 시작한다. 간수와 몰리나의 거래, 서로 정반대인 발렌틴과 몰리나의 성격에 대한 정보는 서브 텍스트로 숨겨진 채 발렌틴과 몰리나의 대화나 행동에서 조금씩 노출된다.

몰리나와 발렌틴이 주고받는 대화보다 대화의 간극에, 행동보다 행동의 이면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언뜻언뜻 보이는 진실의 파편으로 진실을 모자이크 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풍부한 서브 텍스트를 지닌 ‘거미여인의 키스’는 배우의 역량에 따라 더 많은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몰리나 역의 정성화와 발렌틴 역의 최재웅은 극적 재미를 충분히 느끼게 해줄 만큼 디테일한 연기를 펼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몰리나는 약을 탄 음식물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타협하지 않으려는 발렌틴을 이해하게 되고, 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보살피는 몰리나에게 발렌틴도 마음을 연다. 서서히 쌓여가는 우정(사랑?)은 육체적 접촉으로까지 발전한다. 그들의 성행위는 자극적이지도 거북하지도 않고 사위어가는 인간애를 보듬는 손짓처럼 안타깝다.

몰리나는 간수에게 어떤 정보도 넘기지 않고 발렌틴의 부탁을 받고 정보원 역할을 하다가 죽는다. 발렌틴은 몰리나를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거미줄에 붙들어놓는 거미여인이라고 생각했다. 몰리나의 죽음을 듣고 정신을 놓은 듯 옛 연인과의 추억을 읊조리던 발렌틴은 정작 거미여인은 혁명이라는 거미줄로 주변의 친구들을 옭아 맺던 자신이었음을 알게 된다.

가벼움과 진중함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적절히 줄타기를 한 이지나 연출의 솜씨가 빛난다. 4월 1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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