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2세 양영희(47) 감독이 가공되지 않은 평양의 일상을 전한다. 2005년 자신의 가족이자 조총련의 삶을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디어 평양’으로 세계 각국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그는 두 번째 작품 ‘굿바이 평양’(다음달 3일 개봉)에 지난 13년의 기록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평양과 작별 인사한다.
조총련 활동에 열성적인 제주도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난 양 감독은 6살 때 세 명의 오빠를 평양으로 떠나 보냈다. 조총련 계열인 도쿄 조선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살아갔지만,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오랜 영화감독에 대한 꿈이 결국 그를 평양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이끌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다녀보면 자기 자신이나 가족을 찍은 작품이 아주 재밌었어요. 그전까지는 나의 그런 이야기는 부담이자 귀찮은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 가족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는 소재가 될 것 같더라고요. ‘아∼. 팔아먹을 만하겠다’ 싶었죠. (웃음)”
‘디어 평양’은 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춰 북한과 일본을 오간 그의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 ‘굿바이 평양’에서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 홈비디오 카메라에 기록해 뒀던 오빠 가족과 평양 시민의 일상을 조카 선화를 중심으로 담아냈다.
“열 번 중 다섯 번은 카메라를 들고 북한을 방문했어요. 한 번 가면 2주에서 한 달 정도 머물렀죠. 그 나라의 체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지만 우리와 정말 다를 바 없는 보통 사람들에 대해서는 편견을 가지지 말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체제는 더욱 싫어지고, 사람들에게는 더 친근감을 느낀 거죠.”
북한에 대한 정형화된 영상만 소개되던 것과 달리 양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례가 없는 영상이었다. 조총련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 역시 그의 영화가 처음이었다.
“작가로서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했지만 양 감독은 ‘디어 평양’ 개봉 후 조총련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북한 입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혹여나 오빠에게 피해가 갈까 말과 행동을 조심해 왔던 그는 조카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것은 더욱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제 가치관은 늘 자유롭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데 못 했던 말들이 속에서 쌓이기만 했고, 더 이상 뒀다가는 안에서 썩을 것 같아서 토해내기로 한 거예요. 가족 걱정만 하다가 13년이 지났고, 술 먹고 울기도 많이 했죠. 이제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와 가족이 더 유명해져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평양 소재 다큐멘터리를 끝낸 양 감독은 첫 번째 극 영화를 준비 중이다. 픽션이지만 이번 영화의 소재 역시 조총련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딸과 아들의 1주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금의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 과거에서 이유를 찾아보려고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