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동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들이 잇따라 관객들과 만난다. ‘미녀와 야수’에 바탕을 둔 ‘비스틀리’와 ‘빨간 망토’를 성인용으로 재해석한 ‘레드 라이딩 후드’가 17일 개봉된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한 ‘라푼젤’도 앞서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 원작과 같다? 다르다?
할리우드의 차세대 섹시가이로 급부상중인 알렉스 페티퍼가 주연을 맡은 ‘비스틀리’는 잘생긴 외모만 믿고 살아가던 한 남자가 마녀의 저주로 인해 끔찍한 괴물이 된다는 내용이다. 진실한 사랑만이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기본 설정은 같지만, 야수로 변해버린 사내에게 초능력을 얹어줘 ‘안티 액션 히어로’의 임무까지 더해준다는 게 다른 점.
신비로운 미모로 주가 상승중인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앞세운 ‘레드 라이딩 후드’는 늑대인간의 전설을 새롭게 첨가했다. 주인공인 빨간 망토 아가씨를 둘러싼 남성들 가운데 늑대인간이 숨어있다는 이야기로, 공포와 로맨스를 곁들인 성인용 판타지 로맨스물로 거듭났다.
월트디즈니의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라푼젤’은 마녀의 계략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라푼젤을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신세대 여성으로 묘사해, 원작에서 접할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 잠깐의 유행인가? 소재의 고갈인가?
고전동화의 영화화는 판타지 로맨스물의 유행과 깊은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버트 패틴슨·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환상적인 로맨스와 과감한 액션을 버무릴 수 있는 줄거리의 신작들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옛날 이야기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스틀리’와 ‘레드 라이딩 후드’도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괴물과 소녀의 ‘순정만화’같은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수 년째 계속되고 있는 할리우드의 소재 고갈도 이같은 현상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이야깃거리의 씨가 마르다시피 한 상황에서 현지 제작자들이 ‘낯익은 줄거리의 새로운 변주’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열린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한 할리우드 세일즈 관계자는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제 거의 동이 난 상태”라며 “할리우드의 제작자들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고전에서 영감을 받는 것으론 부족해 아예 고전을 손보고 있는 이유”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