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한 서울의 자율형 사립고(자율고)가 전학생 속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수업이 시작한 지난 2일부터 나흘간 시내 27개 자율고 중 24곳에서 학생 59명이 일반계 고교로 전학했다.

이중 88%(52명)는 입학한지 열흘이 채 안 된 신입생이었다. 지난해 말 지원자 미달 사태로 곤욕을 치른 강북의 한 자율고는 같은 기간 동안 한꺼번에 11명이 학교를 떠났다. 보통은 학교당 전학생이 2~4명 선이다.

전학생 중 절반(49.2%) 가까이는 올해 자율고로 새출발 한 14개 학교 중 12개 학교에서 나왔다. 전학 신청은 별도의 기한이 없이 수시로 이뤄지는 만큼 중도 이탈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같은 문제는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춘진(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당시 서울의 13개 자율고에 입학한 4779명 중 전학과 자퇴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은 338명(7%)이었다. 학교를 옮긴 비율이 시내 전체 평균인 1.4%보다 5배 가량 높은 수치다.

자율고 이탈 사태에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과거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은 학교들이 대거 자율고로 전환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과정 등에 실망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신입생 미달 사태로 자율고 이미지가 나빠진데다 학비가 일반고의 3배에 달하는 점도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강북지역의 한 고교 교장은 “자율고처럼 자원 입학한 곳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교육의 질 등에 관한 불만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도 “대학 진학률이 검증되지 않았고 차별성 있는 교육을 한다는 믿음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