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스캔들’의 실체를 놓고 스파이 사건, 단순 치정극, 총영사관 내부 권력 다툼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9일 합동조사단을 구성, 추문과 기밀 누출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관련기사 4면〉
◆ 3개월 전 사건 인지=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해 12월 이미 이 사건을 알아채고도 늑장대응과 은폐·축소로 일관한 정황이 나타난다.
중국 여성 덩○○(33)과의 불륜 및 정보 유출 파문을 일으킨 법무부 소속 H(41) 전 영사, 지식경제부 K(42) 전 영사는 지난해 11월 초 임기를 못 채운 채 소환됐다. 이들은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불륜이 확인된 H씨는 지난 1월 중순 법무부 감찰관실 조사를 받았으나 2월 초 징계 절차 없이 사표가 수리돼 중국으로 출국했다. ‘친필 서약서’를 쓴 K씨도 1월 중순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조사를 받았지만 아무 제재 없이 업무에 복귀해 있다.
◆덩의 계획적 접근= 덩이 의도적으로 총영사관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덩이 H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상하이 시내에서의 자동차 접촉사고를 통해서다.
H씨는 당시 비자신청 대리기관 지정을 담당하고 있었다. 따라서 공안국의 개인 통화 내역 등을 알아낼 정도의 정보력이 있던 덩이 대리기관에 선정되기 위해 계획적으로 접촉사고를 유발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덩씨는 이후 H씨와 불륜 관계를 맺고 비자신청 대리기관 지정을 요청했었다.
◆ 감사원 지적 2차례나= 상하이 총영사관은 이 사건에 앞서 이미 2차례나 부적정한 비자 심사·발급 처리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총영사관은 2008년 8월 개별관광 목적으로 중국인 6명에게 단기종합사증(C-3)을 발급했으나, 이들의 사증발급신청서 필체가 모두 같은 등 위조 가능성이 컸다. 실제로 감사원은 이듬해 4월 감사에서 이들의 제출 서류가 모두 위조된 것임을 확인했다.
감사원의 2008년 감사에서도 총영사관은 2006년 3월 중국인 11명이 모 업체로부터 초청받은 것처럼 사증발급을 신청한 것에 대해 별다른 확인 없이 단기상용(C-2) 사증을 발급했다. 제출된 초청장의 공증서는 ‘초창장’(초청장), ‘주삭회사’(주식회사) 등 오기가 많은 위조 문건이었다.
◆ 중국 언론 심기 불편= 중국 정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가운데 중국 매체들은 언짢은 기색을 내보였다.
환구시보는 이날 ‘외교관들이 중국 여간첩에게 당했다고 한국 언론이 집중 조명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스파이 의혹’을 일축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뤼차오(呂超) 주임은 기사에서 “한국 언론은 과거 이런 수법으로 북한 간첩 사건을 조작하곤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