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됐다. 1984년 8월 30일 처음 우주비행을 시작했는데 이번이 39번째이자 마지막 우주비행이다. 마지막 임무라는 것이 못내 아쉬웠는지 디스커버리호는 이런 저런 문제를 일으켰고 여러 차례 발사가 연기된 끝에 드디어 이 날 발사에 성공했다.
개인적으로는 1990년 4월 24일의 디스커버리호 발사가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간다. 이때 디스커버리호는 허블우주망원경을 싣고 올라가서 우주공간에 내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직경 2미터가 조금 넘는 작은 천체망원경이었지만 천문학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거장이 된 허블우주망원경이 우주공간으로 나아갔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당시 나는 유학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지난 초보 유학생이었는데,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두 모여서 허블우주망원경을 실은 디스커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포도주와 함께 자축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마지막 임무에서도 디스커버리호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번 우주비행에 인간 우주비행사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인 R2가 동참한 것이다. R2는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첫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기록될 것이다. 상반신은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고 키가 1m 남짓한 R2는 디스커버리호를 타고 지난달 26일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 R2는 당당하게 국제우주정거장의 첫 로봇승무원이자 공식 멤버가 됐다. 인간 승무원들은 일정 기간 동안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머물다가 임무를 마치면 지구로 귀환하지만 R2는 터줏대감이 되어 계속 그곳에 남을 예정이다.
R2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승무원들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수행되는 과학실험도 수행하고 유지보수 작업에도 투입될 것이다. R2는 자신의 공식 트위터에서 (물론 누군가가 R2를 대신해서 입력을 했겠지만) ‘나는 우주공간에 있다’라고 당돌하게 선언하고 있다. 어느덧 휴머노이드 로봇의 우주비행사 시대가 현실이 되어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