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영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허인무 감독)의 개봉을 앞둔 윤은혜(27)는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아 보였다. 특유의 속사포같은 말투로 자신을 둘러싼 대중의 선입견과 속내를 거침없이 얘기했다. 여성 댄스그룹의 시발점이었던 베이비복스의 막내로 출발한 지 올해로 벌써 12년째, 변덕심한 쇼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지칠 줄 모르고 달려온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 첫 번째 궁금증, 작품을 가린다?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에 이어 2년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로는 2006년 ‘카리스마 탈출기’ 이후 무려 4년만이다
같은 해 드라마 ‘궁’과 ‘포도밭 그 사나이’에 연이어 출연한 것을 제외하곤 일년에 많아야 한 작품이었다. 작품을 지나칠 만큼 신중하게 고른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해 “선택에 까다롭다는 시선은 조금 수긍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반론을 제기했다. 다른 연기자들과 마찬가지로 한 작품을 끝내고 약간의 휴식기를 가지며 차기작을 찾다 보면 금세 일년이 지나간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왜 윤은혜에게만 이같은 선입견이 쏠릴까? “이상하게 저만 유독 쉬는 것처럼 보이나봐요. 실은 제의가 들어오는 드라마와 영화마다 카메오부터 조연급까지 연기할 만한 배역이 있나 살샅이 훑어보는데 말이죠. 재미와 의미가 있고, 좀 더 성숙해질 수 있는 캐릭터를 항상 찾아헤매는데, 좀 더 자주 얼굴을 보고 싶어하는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다 보니 비롯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 알고 보면 하루도 쉬지 않는 여자랍니다. 하하.”
▶ 두 번째 궁금증, 워커홀릭이다?
일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비슷하다. 조금 놀았다 싶으면 살짝 불안해진다.
지난해 봄 친구가 살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한달간 지낸 적이 있다. 연예계 입문후 가장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아보기는 당시가 처음.
초반에는 살 것같더니 3주째가 되면서 슬슬 몸이 근질거렸다. 막판에는 ‘빨리 서울에 가서 일해야 할텐데’라는 생각에 젖었다.
이 모든 게 완벽주의자적인 면모탓이라고 한다. 몇 년전 자신의 이름을 붙인 한 의류 브랜드의 기획 상품이 준비될 때의 일이다. 누가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시장을 뒤지고 다니며 원단 조사부터 최종 디자인까지 일일이 챙기는 오지랖을 과시했다. “베이비복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간)미연 언니가 새 앨범을 준비한다길래 재킷 사진의 스타일링을 자청했죠. 모든 과정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희열을 느꼈어요. 관심사가 워낙 다양해서 그런지, 어쩔 때는 그런 제가 피곤할 때도 있어요.”
▶ 세 번째 궁금증, 천방지축 신세대다?
이거야말로 오해라는 게 본인의 주장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까불대는 신세대 캐릭터로 자주 등장해 빚어진 선입견이라고 한다.
선배앞에서는 거울도 들여다보기 어려워할 정도다. 촬영장에서 모니터를 볼 때도 혹시나 선배들의 시선을 가릴까 전전긍긍하곤 한다.
지난해 ‘아가씨를…’의 종영 파티에서는 함께 연기한 한 중견 여성 연기자가 “이제까지 살면서 너같은 애 처음 본다”며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예쁘게 보여야겠다고 의도한 것은 절대 아니에요. 그냥 어렸을 적부터 몸에 배어서죠. 저 때문에 같이 일하는 매니저들이 힘들어할 때도 많아요. 선배님들과 함께 있을 때 매니저가 가끔 눈치없이 저만 챙기면 눈부터 흘기고 본답니다. 약간 피곤한 성격이죠. (웃음)”
그래서일까? 할 말은 하면서도 짝듯하게 예의는 지키는 후배들을 보면 부럽다. 특히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요즘의 아이돌들을 보면 감탄사부터 절로 나온다. “못하는 게 없어 무서울 정도죠. 저는 노래 실력이 워낙 부족해 연기자로 전업한 뒤에도 가수 출신을 내세우기 어려웠어요. 다양한 음색으로 모든 장르의 노래를 소화하는 아이유처럼 재능과 노력을 겸비한 후배들을 보면 겁이 난답니다.”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