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예고한 듯한 재난영화 두 편이 다시 화제다. 2006년작 ‘일본 침몰’과 2009년작 ‘해운대’다.
두 영화 모두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일본과 한국의 피해와 참상을 다뤘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예언했다는 공포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 일본 열도가 물에 잠긴다, ‘일본 침몰’ = 히구치 신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인기 남성그룹 스맙의 구사나기 쓰요시와 ‘착신아리’의 시바사키 고가 남녀 주연을 맡은 재난영화로, 1973년 발표된 동명의 베스트셀러와 영화를 20억엔(약 2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리메이크했다.
2006년 일본 개봉 당시 이틀만에 90억원을 거둬들이는 등 대히트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일본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00만명에 가까운 관객들을 동원했다.
줄거리의 시작은 실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스루가만에서 강도 10을 넘는 대지진이 일어나 도쿄와 큐슈 도심의 고층 빌딩이 무너지며 공포에 휩싸인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된 다량의 박테리아가 메탄가스를 생성하면서 정확히 338일후 일본이 침몰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여기에 후지산까지 대폭발하자 마지막 방법으로 심해에서 포약을 터트려 열도와 태평양의 플레이트를 분리시키는 모험을 시도한다.
섬나라로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언제라도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일본인들의 오랜 불안 심리가 흥행 결과에 반영됐다. 실제로 영화속 스루가만은 일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도카이(동해)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방사능 유출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후쿠시마처럼 하마오카 원자력발전소가 있어 미래의 상황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의 고층 빌딩들이 무너지는 장면은 다소 과장됐지만, 실제로 도쿄타워의 피뢰침이 지진의 여파로 휘어진 모습은 영화처럼 도쿄마저 피해를 당하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한편 극중에서 사태 이후 한일 관계를 묘사한 대목은 찬반 양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본 피난민을 한국이 받아주지 않는 설정으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극적인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지만, 해묵은 양국간 민족 감정이 줄거리에 반영됐다는 뒷말을 낳았다.
▶ 옆집의 지진이 거대한 쓰나미로. ‘해운대’ = 2009년 최고의 흥행 기록(1139만7752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세웠다.
일본 대마도의 침몰로 생성된 초대형 지진 해일이 부산 해운대를 덮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으로, ‘색즉시공’의 윤제균 감독이 할리우드 컴퓨터그래픽 제작진과 손잡고 물에 의한 피해를 실감나게 재현했다. 설경구·하지원·박중훈·엄정화 등 톱스타들이 거대 해일과 맞서는 인물들로 출연했다.
개봉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은 영화속과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에 대해 낮은 점수를 줬다. 일본이 태평양에서 주로 발생하는 지진 해일로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므로 한반도 남단의 부산은 쓰나미로 인한 피해를 입을 일이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일본 대지진은 한국도 쓰나미로부터 완전한 ‘안전지대’가 될 수 없음을 잘 설명하고 있다. 만약 일본 북서부 쪽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맞닿아 있는 삼척·양양·포항 등 동해안 도시들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각본과 제작을 겸했던 윤 감독은 13일 메트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대부분의 설정은 픽션을 위한 장치였다”면서도 “일본 대지진의 참상을 뉴스로 접하면서 모골이 송연해졌다”고 털어놨다.
박중훈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화보다 훨씬 참혹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