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삼월. 날씨는 아직 쌀쌀하지만 배우 왕빛나(31)의 마음에는 이미 꽃이 활짝 피었다. 지난달 28일 새로 시작한 MBC 일일드라마 ‘남자를 믿었네’의 주인공 오경주 역을 맡아 매일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2007년 드라마 ‘날아오르다’ 이후 4년 만에 주인공을 맡았어요. 쉴 시간이 없어서 힘들지만 방송에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좋아요. 특히 가족들이 좋아해요. 요샌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타민도 챙겨 먹기 시작했어요.”
남편인 프로골퍼 정승우씨도 지난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3월 한국 최초로 설립된 골프대학의 교수로 임용돼 두 배로 행복하다. “남편은 교수, 나는 주인공”이라며 3월의 겹경사를 환한 미소로 자축하고 있다.
이번 드라마는 여러모로 뜻깊다. 오랜만에 착한 역할로 연기 변신을 한 것이다. 그동안은 남을 주로 음해하거나 짝사랑하거나 나쁜 짓 하는 역을 전문으로 세련된 악녀 이미지가 강했다.
“지난 10년 동안 고정된 선입견을 깨기가 어려웠어요. 제게서 경주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감독님의 말을 듣고 도전했죠. 처음엔 안 입어본 옷이라 힘들었지만, 지금은 현장 제작진들이 점점 경주 같아진다고 말해줘요. 그러나 선입견을 깨는 것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큰 과제예요.”
◆ 상대 배우와 ‘연인처럼’
또 극 중 남편 김남기(박상민), 과거 연인 이선우(심형탁)와 삼각관계에 놓이는 덕분에 진한 멜로 연기도 처음이다. 배역 몰입 차원에서 남편 몰래 심형탁과 데이트를 했다고 고백했다.
“박상민씨는 예전에 한 번 연기 호흡을 맞춰서 편했는데 심형탁씨는 처음이었어요. 첫 장면부터 심형탁씨와 연인을 연기해야 해서 더욱 어색했죠. 둘이 전화 통화도 하고 술도 함께 마시고 하면서 어색함을 줄였어요.”
남편이 질투하지 않느냐고 묻자 왕빛나는 “일로서 받아들여줘서 괜찮은데, 다만 키스신이 나올 것 같은 날에는 방송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남편은 물론 시부모님도 아기를 돌봐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서 일을 할 수 있다”며 고마워했다.
총 120부 중 10회까지 선보인 왕빛나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그는 “경쟁작인 KBS1 ‘웃어요 동해야’에 밀려 시청률이 낮은 점이 아쉽지만, 앞으로 남기·경주·선우의 삼각관계가 본격 전개되면서 재미있어질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