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로 잘 알려진 세계 대표 ‘베이글녀’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트와일라잇’의 캐서린 하드윅 감독이 그림형제의 잔혹동화 ‘빨간 모자’를 모티브로 한 ‘레드 라이딩 후드’로 만난다면?
삼각관계의 로맨스와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스릴러가 그려지는데, ‘레드…’는 여기에 ‘과연 누가 늑대인간일까’라는 미스터리를 혼합시킨다.
극 초반은 중세시대 숲 속의 한 마을에 살고 있는 발레리와 연인 피터, 그리고 부잣집 아들로 억지 약혼남이 된 헨리의 삼각관계에 집중한다. 그러나 발레리의 언니가 늑대인간에게 죽게 되고, 늑대인간 사냥을 하는 솔로몬 신부가 등장하면서 스릴러로 돌변한다. 그리고 늑대인간이 마을사람들 중 한 명이라는 솔로몬 신부의 말과 함께 피터·헨리·발레리의 할머니 등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해 발레리를 갈등에 빠뜨린다.
보기 전엔 솔직히 중세 버전의 ‘트와일라잇’인줄 알았다. 하지만 흔들리는 남녀의 골깊은 사랑은 모두 늑대인간 찾기 게임을 위한 배경이었을 뿐이다. 영화는 여러 명의 늑대인간 용의자들을 만들어놓고 관객들을 미궁에 빠뜨린다.
용의자들마다 의심스러운 점을 한 가지씩 만들어놓는데, 발레리와의 관계를 통해 그걸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연출은 이 영화의 백미다.
원작과는 달리 섹시하면서도 강인한 느낌의 소녀 역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다시 한번 연기 잘하는 ‘베이글녀’임을 증명한다. 특히 무채색 마을과 대비되는 빨간 망토를 걸친 모습은 무척 매력적이다. 이외에도 할머니 역의 줄리 크리스티(‘닥터 지바고’)의 연기는 관객을 압도한다.
반면 피터와 헨리 역을 맡은 남자배우들이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와 제이콥에 비해 덜 매력적인 탓에 여성관객들을 사로잡지 못한다. 또 세 남녀의 사랑에 애틋함을 느낄 수 없어 영화의 감동이 적다는 것은 계속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이원·영화 칼럼니스트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