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거주 교민들의 귀국 방안 마련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유출 위험이 도쿄 등 수도권까지 미치자 각국이 자국민의 출국을 권고하는 한편 귀국 항공편을 급파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신중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현지 교민 및 국내 네티즌의 비판을 사고 있다.
미국은 귀국을 원하는 주일 미국대사관 직원 가족을 위해 항공기를 여러 대 임차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미국은 앞서 일본 원전 반경 80㎞ 이내 거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이미 3000여 명을 서쪽 니가타 등지로 대피시킨 중국은 전세기로 지진 피해지역의 자국민을 계속 철수시키는 중이다.
영국·독일·프랑스는 일본 수도권과 원전 인근 지역 자국민에게 귀국하거나 일본 서남부로 이동할 것을 권고했다. 독일·크로아티아는 도쿄에 있는 대사관 기능도 오사카로 이동시킨 상태다.
반면 우리 정부는 교민 철수문제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상태다. 섣불리 교민 철수를 공식화했다가 일본 정부와 국민에 부정적 인상을 남기는 등 외교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다. 하지만 ‘방사능 누출 사태가 진정될 것’이란 장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가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다.
교민들은 “전세기를 보내주지 못하면 하다못해 ‘귀국 권고’라도 내려달라”며 주일 대사관에 하소연하고 있다. 교민들은 어렵사리 자비로 귀국하더라도, 자신의 귀국이 현지 직장과 학교에 ‘도망’이나 ‘무단 이탈’로 인식돼 향후 복귀 때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명분’이라도 만들어달라고 정부에 호소하는 것이다.
윤모씨는 주일대사관 페이스북에서 “도쿄에 무슨 일이 생기고 나서는 늦지 않느냐”며 “생필품 사재기가 심한데 자국민에게 물자 공급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는 전세기 띄우고 출국 권고도 하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박모씨도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귀국 권고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남아 있거나, 학교·일자리에 다시 못 돌아갈 각오를 하고 한국행을 선택하고 있다”며 “정부에서 공문 하나만 내려줘도 많은 사람의 일본 내 입지를 보장할 수 있는데 왜 못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이날 사고 원전 80km 이내 교민에 대해 대피를 권고했다. 기존 ‘원전 반경 20㎞ 내 교민 대피, 20∼30㎞ 내 외출금지·여행제한’보다 강화된 조치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미국과 영국이 자국민에게 발전소 반경 80km 바깥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우리도 그것을 준용하고 있다”며 “향후 상황 전개를 봐 가면서 여러 가지 추가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관순기자 k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