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형준(24)이
아시아를 호령하던 정상의 그룹 멤버에서
신인가수로 밑바닥을 자처하고 나섰다.
한솥밥을 먹던 그룹 SS501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찾아나선 가운데
막내인 그도 당당히 솔로로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의 위치는 냉정하게 평가하되
목표와 욕심은 더욱 분명해졌다는 목소리에
힘이 느껴진다.
亞 최고에서 내려온 지금!
지난해 5월 5년간 몸담았던 소속사 DSP미디어를 나와 새 둥지를 틀고 처음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1월까지 2개월간 뮤지컬 ‘카페인’을 하며 연착륙했지만 본업인 가수로서 홀로 무대를 책임져야 한다는 현실은 만만치 않은 긴장감의 연속이다.
“처음에는 강박감이 컸어요. 앨범을 꽉꽉 채워 ‘내가 가진 걸 다 보여줄 테야’라고 의욕이 넘쳤지만 현실은 냉정하더라고요. 그러곤 ‘지금은 SS501이 아니다’는 생각에 정신이 들었죠. 물론 솔로활동도 힘 있게 하는 빅뱅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조급해 하지 않고 차근차근 내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솔로로 활동하며 SS501 당시의 추억도 많이 떠올랐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큰 대기실을 점령하던 때와 달리 혼자 덩그러니 앉아 멍하게 있을 때도 많다.
“늘 축하를 받는 입장이었어요. 주로 대상 같은 최고 상만이 목표였고요. 그런데 솔로로 나오니 축하해줘야 하는 어색하면서 아쉽고, 썰렁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죠. 하지만 괜찮아요. 혼자서 최고가 될 거라는 목표가 있으니 지금이 즐거워요.”
SS501 멤버들은 나의 ‘넘버원’
앞서 SS501 멤버 중 가장 먼저 솔로로 데뷔한 박정민의 활동도 자극이자 도움이 됐다. 그룹 활동 때와 다른 음악과 무대 스타일에 대중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를 미리 알려줬다.
“(김)현중이 형과 (허)영생이 형은 음반을, (김)규종이는 연기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들 내 일처럼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모두 자생력이 강해 잘할 거라 믿고요. SS501이란 그 안에서 커 왔고 이제는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이 책임져야 할 이름이자 나의 넘버원이에요.”
‘지’ ‘유고걸’ 잇는 신곡
첫 번째 미니앨범 ‘마이 걸’은 사랑에 대한 갈망을 담은 노랫말에 세련된 팝 댄스곡으로 채워졌다. 보컬은 부드럽고 반주는 강한 곡의 구성처럼 수록곡들의 흐름에도 강약의 안배에 공을 들였다.
“도시적인 풍의 R&B, 일렉트로닉 팝 댄스, 힙합 R&B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았어요. 새로운 걸 보여줘야겠다는 변신에 대한 의욕보다는 변화에 초점을 맞췄죠.”
소녀시대의 ‘지’, 이효리의 ‘유고걸’ 등을 만든 인기 작곡가 이트라이브가 타이틀곡을 썼고 비스트의 ‘숨’, 엠블랙의 ‘스테이’를 만든 실력파 신인 작곡가 라도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들과 부지런히 음악 교류를 하면서 한층 성장할 수 있었어요. 저도 제작자가 꿈이거든요. 오래전부터 품어온 목표인데 30대 초반에는 제 레이블을 가진 제작자 겸 가수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일본활동 계획 대지진으로 연기
다음달부터 일본 활동 계획을 세워뒀지만 예상치 못한 대지진으로 일정을 미뤄야 했다.
“솔로로 나선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큰 응원을 해 준 팬들인데 그런 끔찍한 일을 겪어서 안타까워요. 추모공연을 비롯해 제가 할 수 있는 어떤 방식으로든 팬들을 위로해 드리고 싶어요.”
이미 올해 1년치 계획이 빼곡히 잡혀있다. 5월 동남아와 중화권 5개 도시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고, 6월 말부터 7월까지는 ‘카페인’ 일본 공여에 참여할 계획이다. 뮤지컬을 하며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는 그는 “8월에는 국내 드라마에 도전해 보고 싶다. 10월에는 정규앨범으로 한 해를 멋지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김지연
“후배 카라 다시 뭉쳐야죠”
전 소속사를 나온 직후 터진 후배 카라의 문제에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또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멤버 각자의 심정도 이해하며 어떻게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의견을 밝혔다.
“SS501은 1년 만에 자리를 잡다 보니 다음해부터 마음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순간을 잘 추스르는 그룹이 성공할 수 있죠. 또 유혹하는 눈앞의 돈이 그때는 커 보이지만 돌아보면 그보다 값진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닫죠. 문제는 돈이 아닌 성의와 의리로 풀어야 해요.”
카라에 대해 “무조건 다시 모여야 한다. 통화목록에 서로의 이름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그걸로 끝이다”며 “5명이 워낙 친하고 뜻이 잘 맞기 때문에 곧 위기를 넘길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