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사랑에 솔직했고 순진했던 미녀스타의 사망으로 지구촌이 큰 슬픔에 빠졌다.
23일(현지시간) 향년 79세를 일기로 타계한 ‘세기의 연인’ 엘리자베스 테일러에 대한 추모 열풍이 미국 할리우드를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서 일고 있다. 8번의 결혼 등 굴곡많았던 사생활에도 정열적인 연기와 따뜻한 인류애를 선사했던 고인에게 팬들은 아쉬움이 가득한 애도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 전설이 사라졌다
미국영화협회(MPAA) 크리스 노드 회장은 성명에서 “연기뿐만 아니라 에이즈와의 싸움에 기울인 노력에서도 큰 발자취를 남긴 진정한 미국의 아이콘이었다”고 추모했다.
테일러의 오랜 친구였던 엘튼 존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북받치는 슬픔을 드러냈다. 이들은 “할리우드의 거인이기에 앞서 너무나 훌륭한 한 인간을 잃었다” “한 시대의 끝”이라며 한 목소리로 가슴 아파했다.
에이즈로 투병했던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매직 존슨은 “당신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팝스타 마돈나는 미국 연예잡지 유에스매거진을 통해 “위대한 전설의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도 앞다퉈 추모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엘리자베스가 남긴 유산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기자 시절 동료로 테일러와 깊은 친분을 유지해온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아내 낸시 여사도 “연민어린 감정으로 세상을 대해온 그는 진정한 전설이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 늦게라도 왔었다면…
국내 중견 영화인들도 애도의 뜻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윤소정은 “젊었을 적 그의 영화를 30편 이상 봤다”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2번 탄 걸로 알고 있는데, 상을 많이 못 탄 것은 미모에 연기가 가려졌기 때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서정과 함께 출연한 송재호도 “정말 미인이었고 ‘만인의 연인’이었다”며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원로 영화평론가 김종원 씨는 “국내에도 다양한 멜로드라마에 큰 영향을 미친 배우였다”며 “최루성 멜로보다는 보편적인 작품성을 갖춘 영화들을 많이 찍었다”고 업적을 회고했다.
한편 고인은 아쉽게도 생전에 한국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한국전쟁 당시 마릴린 먼로와 얼마전 세상을 떠난 제인 러셀이 위문공연을 위해 내한했던 반면, 바쁜 촬영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다.
1998년과 1999년에는 절친했던 마이클 잭슨과 함께 두 차례나 방한을 계획했으나, 지병으로 일정을 취소해야만 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