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방송 리포터 루크(헤이든 크리스텐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다.
길에 나가보니 인적이 뚝 끊긴 거리에 사람들이 벗어놓은 옷가지만 즐비하다. 방송사도 마찬가지. 직원들은 눈에 띄지 않고 역시 옷가지만 군데군데 널려있을 뿐이다.
알고 보니 정전과 함께 사람들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어둠이 찾아왔고, 잘 때 촛불을 켜뒀던 루크만 간신히 살아남은 것이다. 라이터와 랜턴 등 빛을 낼 수 있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지 챙겨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생존자들을 찾아헤매던 그는 한 술집에서 극장 영사기사 폴(존 레귀자모)과 아들을 잃은 물리치료사 로즈마리(탠디 뉴튼)를 만나 생존을 노리지만 여의치 않다.
31일 개봉될 ‘베니싱’은 전형적인 미스터리 재난물이다. 마크 월버그 주연의 ‘해프닝’이나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의 ‘노잉’처럼 초자연적인 위험에 맞서는 인간들의 사투를 그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인다고, 빛이 있으면 살아남는다는 설정은 꽤 흥미롭고 신선하다. 특히 어둠이 몰려올 때 들려오는 효과음은 괴이하기 짝이 없어 등골에 소름을 돋게 한다.
끝내 이유가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보다는 재난과 싸우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에 방점이 찍힌다. 강하지만 이기적이고, 나약하지만 이타적인 성격의 캐릭터들을 통해 드라마의 재미를 전달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로 얼굴을 알린 크리스텐슨, 개성파 레귀자모와 뉴튼의 생생한 연기 화음은 살아있는 공포를 선사한다.
반면 다소 정교하지 못한 극 구성은 후반으로 갈수록 약점으로 부각된다. 초반의 긴장감이 무색해진다. 크리스찬 베일이 무려 30㎏ 가까이를 감량해 화제를 모았던 ‘머시니스트’의 브래드 앤더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