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후폭풍이 거세다.
유치전에 나선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영남권 여당 의원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으며 반발 지역이 정부·여당의 기반인 영남이란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차기 총선·대선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박창호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은 30일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모두 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고 발표했다. 그는 “(100점 만점에)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이라며 “두 곳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해 환경 훼손이 과하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경제성 부문(40점)에서 가덕도는 12.5점, 밀양은 12.2점을 받았다. 또 공항운영(30점)에서는 가덕도 13.2점, 밀양 14.5점, 사회환경(30점)에서 가덕도 12.6점, 밀양 13.2점을 각각 받았다.
입지평가위는 두 곳 모두 절대평가 50점에 미달해 ‘공항 입지 부적합’이란 최종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평가위의 결과를 정부 입장으로 수용키로 했다”며 “정부가 신공항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된 데 대해 영남 지역 주민은 물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이번 입지평가 결과에 따라 새로운 공항의 건설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입지평가위 결과 보고를 받은 뒤 “마음이 몹시 무겁다.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국민에게 잘 알려달라”고 김 총리에게 지시했다.
◆"정부가 국민 우롱했다" 밀양시장 사퇴선언
부산과 경남 등 관련 지자체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시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엄 시장은 이날 입지평가위 발표 20여분 뒤 시장실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믿음도 신뢰도 없는 대통령, 그래도 3년을 달려왔지만 정부는 국민을 우롱했다”며 사의를 밝혔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정부 결정은 1320만 영남권 주민의 오랜 염원을 저버린 것”이라고 항의했고, 허남식 부산시장도 “정부 평가위의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권의 반향도 거세다. 한나라당 영남권 의원들은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히고 나섰다. 밀양 유치를 추진해온 대구지역 의원들은 “상식 이하의 평가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들이 이날 가진 긴급 회동에서 상당수 의원은 이 대통령의 탈당론을 개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대구지역 의원들 '이 대통령 탈당' 의견 개진도
부산 의원들도 부산시와 당정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을 강구 중이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정부의 어정쩡한 결론에 당혹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남 지역 민심 악화가 불 보듯 뻔해지자 향후 정국을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한구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4·27 재·보선, 나아가 내년 총선·대선까지 큰 파장이 일 게 당연하다”고 전망했다. 주성영 의원은 “일차적으로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어렵다”고 언급했고, 김용태 의원은 “레임덕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