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이런 이야기의 영화가 왜 이제 나왔지?’라는 생각이 든다. ‘가문의 영광’ 류의 영화가 등장했을 때 제작됐을 법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무겁게 느껴지는 지역감정의 문제를 한국판 코미디 버전의 ‘로미오와 줄리엣’로 풀어낸 아이디어는 일단 구미가 당긴다.
지금보다 지역감정의 골이 깊었던 1989년. 광주 남자 현준(송새벽)과 부산 여자 다홍(이시영)은 펜팔로 알게 돼 사랑을 키워오지만 양가의 아버지는 경상도 며느리, 전라도 사위는 절대불가라는 입장이다. 결국 현준은 서울 총각 행세를 하며 다홍의 집에 인사를 가는데, 과연 지역감정의 벽을 무너뜨리고 장인의 결혼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
31일 개봉된 ‘위험한 상견례’는 TV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를 연출했던 김진영 감독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영화다. 남녀 주인공 송새벽·이시영을 비롯해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백윤식·김수미·박철민·김정난·정성화 등의 조연진에게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대사를 던져주고는 그들의 코미디 연기 능력을 십분 발휘하게 만든다.
여기에 1980년대의 정서를 잘 나타내는 펜팔, 나이트클럽, 음악다방의 DJ 등은 추억을 더듬게 하고, 당시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박남정의 등장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물론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방자전’에서 변학도를 연기하며 단박에 ‘미친 존재감’의 대명사로 떠오른 송새벽의 코미디 연기다. 적지나 마찬가지인 다홍의 집에서 갖가지 사건에 휘말리는 장면의 연기를 보면 이젠 송새벽이 당당한 주연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느끼게 한다.
건강미 넘치는 이시영의 애교 연기도 간드러진다.
그러나 웃음을 위한 과장된 상황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지루한 감이 있고, 지역감정의 갈등을 양가 아버지의 고교야구 선수 시절의 좋지 않았던 과거사로 풀어낸 점은 영화의 전체 맥락과 겉도는 느낌이다. 그래서 시종 웃음은 있지만 여운은 크지 않는 영화가 됐다. 12세 이상 관람가./이원·영화 칼럼니스트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