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체와 짜고 4000억원대 공병(빈 병) 검사 장비 제조기술을 빼돌린 국내 중소기업 전직 간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장모(43)씨 등 2명을 입건,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 등은 국내 최초로 공병검사 장비를 개발한 P사의 영업이사로 재직하던 2007년 1월 같은 장비를 생산하는 일본 주류 제조업체 계열사 K사로 이직하면서 장비 설계 도면 파일 등 핵심 기술 정보를 K사 측에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장씨의 권유를 받고 다음해 1월 K사로 이직하면서 추가 도면과 견적서 등의 기밀 정보를 유출한 P사의 전직 기술지원팀 과장 김모(37)씨를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 결과 장씨 등이 빼돌린 도면은 이 회사의 5개 주종 품목 100여 장에 달하며 장씨는 기술·영업 비밀을 빼내기로 K사 측과 짜고 이직한 뒤 판매액의 10%가량을 별도 인센티브로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P사의 국내 점유율은 30%에서 10%로 급락했고 이로 인한 손실은 향후 5년간 4000억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출된 정보에 대해 철저한 보안 관리가 이뤄졌지만 피의자들이 관리자 위치에 있다 보니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원천 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막대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관련 사건을 이외에도 여러 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