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비에 맞을라.”
7일 온 국민이 방사능 비와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경기도와 전북 일부 초등학교에선 방사능 비 때문에 휴교령까지 내려졌고 직장인들도 방사능 비를 피하느라 부산한 하루를 보냈다.
◆교문 앞 승용차 등하교 북새통
학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이 방사능 비를 맞을까봐 하루 종일 노심초사했다. 등굣길 학교 앞에는 자녀를 태워 온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고 걸어서 등교하는 어린이들도 우산과 비옷을 함께 착용한 것은 물론 마스크까지 중무장한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서울 금천구 두산초교 1학년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카풀(승용차 함께 타기)’을 해서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하루 쉬는 게 낫다’며 자녀를 아예 학교에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각 시·도 교육청 등에서는 전날부터 학교를 쉬게 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실제 이날 경기도에서는 126개 유치원과 초·중학교가 휴업했고 전북에서도 5개 학교가 임시휴업을 하고 10개 학교가 단축수업을 했다.
◆도심 거리 평상시보다 한산
직장인들의 출근 모습도 평상시와는 크게 차이 났다. 평소 같으면 맞아도 충분한 가랑비였는데도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만 겨우 보이게 우산을 깊이 썼고 빗물이 튈까 차도를 멀리 돌아가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회사원 박재홍(41)씨는 “정부에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지만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며 “비를 덜 맞기 위해 잘 쓰지 않는 골프우산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도 밖으로 나가지 않은 직장인이 늘며 도심거리는 평상시보다 한산했다. 덕분에 구내식당들은 평소보다 훨씬 북적거렸고 중국 음식과 패스트푸드 배달주문은 폭주했다. 주요 포털게시판과 트위터 등도 방사능 비를 걱정하는 네티즌들로 북적거렸다. “비에서 방사능 냄새가 난다”거나 “방사능비를 맞아서 그런지 어지럽다”는 등의 다소 과장된 공포감을 드러내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비 맞은 옷은 몽땅 버리거나 빨아야 하나” 등의 문의도 많았다.
◆정부 ‘방사능TF’ 첫 회의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도 이날 태스크포스(TF) 대책회의를 열고 범정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기상청도 한반도 주변 기류 흐름상 후쿠시마 위의 공기가 직접 우리나라로 유입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날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전국 모든 지역에서 방사성 요오드(I-131)와 세슘(Cs-137, Cs-134)이 나왔다고 밝히면서 국민의 두려움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