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체포왕’이 ‘투캅스’와 비슷한 내용과 분위기로 개봉전부터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음달 4일 관객들과 만나는 이 영화는 실적 경쟁에만 열을 올리는 경찰들의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그린다. 박중훈은 동료들이 동료들이 체포한 범인을 가로채는데 재미를 붙인 마포경찰서의 능구렁이 형사 황재성으로, 이선균은 경찰대 출신의 엘리트이면서도 속수무책으로 황재성에게 당하기 일쑤인 서대문경찰서의 새내기 반장 정의찬으로 각각 나와 호흡을 맞춘다.
18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투캅스’를 연상시키는 까닭은 닳고 닳은 비리 경찰과 정의롭기만 할 뿐 현실 감각 없는 신참의 대결을 코믹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93년 개봉됐던 ‘투캅스’도 뒷돈 챙기기의 달인인 조형사(안성기)와 우직한 성품의 경찰대학 수석 졸업생 강형사(박중훈)의 반목과 우정을 담아 당시 서울에서만 1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할 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번 작품까지 경찰 역만 무려 6번째인 박중훈은 지난주 제작발표회에서 “‘투캅스’에서 안성기 선배가 부패한 형사를, 내가 강직한 새내기 형사를 각각 연기했던 게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 선배 경찰이 됐다”고 밝혀 ‘체포왕’과 ‘투캅스’의 연관성을 넌지시 시사했다.
경찰 내부의 은밀한 속사정을 다룬 탓에 촬영때 경찰의 협조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흡사하다.
연출자인 임찬익 감독은 “범죄 수사물의 일반적인 공식인 형사의 범인의 대결을 다루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경찰을 나쁘게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다소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경찰의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어 구청과 세트에서 경찰서 장면을 찍어야만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자유로워진 사회 분위기의 덕을 봤지만 경찰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상영전 ‘이 영화는 실제 경찰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란 자막까지 삽입하는 등 개봉에 우여곡절을 겪었던 ‘투캅스’ 역시 경찰의 도움없이 촬영을 강행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